20일 경기 가평군 조종면 현리에서 집중호우로 한 편의점 건물이 하천 쪽으로 무너져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지난 16일부터 이어진 ‘극한 호우’로 전국 곳곳이 물바다로 변하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0일 오후 6시 기준 사망 17명, 실종 1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아직 구조작업과 긴급복구가 진행되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16일부터 20일 오전 5시까지 지역별 총 누적 강수량은 경남 산청 793.5㎜, 합천 699㎜, 충남 서산 578.3㎜, 전남 담양 552.5㎜로 ‘괴물 폭우’란 말이 과하지 않을 역대급 수해다. 기후변화로 갈수록 극단화되는 기상 상태가 매년 수해로 이어지는 사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이번 호우로 올봄 대형 산불에 피해를 본 산청군의 인명피해가 가장 컸다. 사상 초유의 ‘전 군민 대피령’이 내려졌지만, 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며 14명이 사망·실종됐다. 사흘간 527.2㎜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광주에서도 급류에 휩쓸려 사망자가 발생했고, 상가와 주택이 쑥대밭이 됐다. 시간당 114.9㎜의 물폭탄이 쏟아진 아산 등 충남지역은 농경지 침수와 가축 폐사뿐 아니라 인명피해도 컸다. 새벽 시간대 집중호우로 급류와 산사태가 발생한 경기 가평에서도 주민 2명이 사망했다. 기록적인 폭우는 전례를 뛰어넘었고, 이로 인한 피해 역시 역대급이었다.
정부는 신속하게 피해 복구 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피해 지역의 조속한 특별재난지역 선포 추진을 지시했다. 예상치 못한 재난에 망연자실해 있을 피해자들이 재기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침수로 인한 전염병, 농축산물 가격 폭등 등 2차 피해를 막는 데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폭우 피해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난을 예방할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일깨운다. 충남 서산 등의 강우량이 200년 만에 한 번 내릴 수준이라는 기상청의 설명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은 갈수록 예년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기존의 시설 및 안전 기준으로는 ‘괴물 폭우’로 인한 산사태와 제방 붕괴, 침수 피해 등을 막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수해뿐 아니라 폭염과 한파 등 이상기후로 인한 기후 재난에 상시 대비할 수 있는 방재 혁신이 필요하다.
국가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는 일이다. 자연재해라고 해서 결코 면책될 수 없다. 인명피해가 큰 경남 산청에서 산사태 우려에도 행정당국의 주민 대피 지시 등 대처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사안일한 행정이 주민의 생명마저 위협하는 사태가 다시는 없어야 한다. 이번 폭우를 재난 예방 인프라와 시스템, 행정당국의 대응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