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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실의 보좌진, 교수님의 제자

입력 2025.07.20 21:04

수정 2025.07.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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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주인공이기보다 조력자의 위치에서 그늘처럼 지내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이 있다. 평소엔 좀처럼 접점이 없어 보이는 국회의원 보좌진과 대학 연구실의 석박사들도 그렇다. 두 직군을 겹쳐 보게 된 것은 이재명 정부 첫 내각 인사청문회의 최대 쟁점이었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갑질 의혹’과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가로채기 의혹’ 때문이다.

강 후보자는 보좌진에게 자택 쓰레기 분리수거나 비데 수리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후보자는 제자의 학위 논문에 자신을 제1저자로 올려 가로채기 했다는 의혹, 과거 논문들이 표절에 해당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교육부 장관으로서 부적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사과하고 소명했지만, 성난 여론을 잠재우지 못했다.

두 사례는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문제인 동시에 권력관계에 기반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의혹의 본질은 ‘절대적 권한을 가진 상급자가, 자신의 지위를 무기로 삼았는가’라는 질문으로 집중된다. 이번 청문회 의혹이 일회성 인사 검증 이슈로만 소비되어선 안 되는 이유다.

따라서 장관 후보자의 거취만큼이나 보좌진과 제자들이 처한 환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의원의 의정활동을 빛내기 위해 일한다는 것, 교수의 평가가 제자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이 구조적으로 갑질과 가로채기를 손쉽게 만들고 있어서다.

보좌진은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 여론 파악, 언론 대응까지 의정활동을 같이하는 일종의 운명공동체다. 보좌진은 보통 9명으로 구성되는데, 보좌관부터 인턴 비서까지 층위가 다양하다. 보좌진에 대한 채용과 해고의 권한이 의원에게 있어 사실상 의원이 절대 권력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비데 수리 지시 의혹에 대해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보좌진이 아니라 지역사무소에 있는 보좌진에게 조언을 구하고 부탁드린 것”이라고 했는데, 보통 3명 정도는 지역사무실에서 지역구를 관리하고 6명은 국회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의원실과 보좌진의 수직적 관계를 감안하면 본인은 ‘부탁’이었을지 몰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지시’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부탁을 문제의식 없이 할 수 있을 정도로 무감각한 상하관계를 유지했다는 뜻이다. 국회 사무처와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2023년 진행한 제1차 국회 인권 실태조사를 보더라도 1년간 성희롱, 괴롭힘, 차별 등을 겪은 응답자가 48.4%에 달했고, 피해자 중 62.4%는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연구실에 있는 어느 교수들의 제자들도 마찬가지다. 전공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지도교수가 제자의 앞길에 평생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도교수와 관계가 틀어지면 졸업은 물론 취업까지 가시밭길이 되기 십상이다. 교수가 외부 용역 연구를 얼마나 수주해 오는지에 따라 연구실의 성과가 갈리고, 교수에게 얼마나 좋은 인상을 남겼는지에 따라 논문 저자에 이름이 올라가는 순서도 달라질 수 있다. 대학원생들은 배우는 학생이자, 노동자의 애매한 지위 탓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도 많다. 장학금 신청에 탈락하진 않을지, 조교일을 다음 학기에도 유지할 수 있을지, 지도교수가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인지 불안정한 미래에 흔들린다.

이번에 이 후보자는 제자가 실험 주체인 논문에 자신을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에 대해 “기여도에 따라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이공계의 관행”이라고도 했다. 다른 이공계 교수들은 반박했다. 구체적 실험을 수행한 이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지도교수 눈 밖에 나면 꿈을 이루기 어렵다는 대학원생들의 자조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보좌진은 국회의원 의정활동의 실무를 맡는다는 점에서 역할이 적지 않고, 국회 활동의 뿌리가 된다. 보좌진 활동을 통해 정치를 익히고, 미래 국회의원이 배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보좌진을 양성하는 것은 한국 정치에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대학원생 역시 학문의 미래를 책임질 이들이라는 점에서 학업에 열중할 수 있는, 연구를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폐쇄적이고 좁은 업계일수록, 외부 견제가 사라진 공간일수록 갑질은 더 깊이 뿌리내린다. 보좌진과 대학원생이 사적 충성의 대상이 아니라, 전문성과 헌신으로 평가받는 협력자로 존중받기 위해 조직 문화와 권력 구조를 새로 짜는 사회적 관심이 이어져야 한다.

이윤주 정책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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