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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지지 않는 김충현과의 약속

입력 2025.07.21 21:04

수정 2025.07.2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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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0일은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충현이 산업재해로 사망한 지 49일이 된 날이었다. 불교에서는 고인이 생전에 쌓은 업에 대해 7일마다 한 번씩 총 7번의 심판을 받는다고 믿는다. 49일은 마지막 심판 날로, 고인의 극락왕생을 빌며 가족들과 함께 재를 올렸다. 그러나 49일 동안 김충현을 죽인 세상에 대한 심판은 없었다.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8년 김용균 사망사고 이후 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는 10명이다. 질식, 폭발, 추락 등으로 노동자가 죽었지만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폐쇄를 앞둔 삼천포발전소에서는 1명의 노동자가 자살했고, 원청의 갑질에 항의하며 자살을 시도한 일도 있었다.

김민석 총리는 후보자 시절인 6월16일 김충현의 빈소를 찾아,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에서 출발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대책위에 약속했다. 정부는 김충현의 영결식이 있던 6월18일, 대책위와 운영 방식·의제 등을 논의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협의체는 출범하지 않았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발전소에서 또다시 사고가 벌어졌다. 6월23일, 김충현의 원청 기업인 한전KPS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감전 사고를 당했다. 김충현의 동료에 대한 보복 조치와 비방도 시작됐다. 한전KPS는 7월4일 밤, 트라우마 치료를 받아야 할 김충현의 동료들에게 7월7일부터 출근하라고 공지했다가 격렬한 항의를 받고 나서야 취소했다.

정치인도 가세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7월16일 열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충현이 노조원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제보가 있다며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노조의 괴롭힘 증거라며 자료 화면에 김충현의 문자를 띄웠다. 해당 문자는 김충현이 홀로 선반 작업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과 부당한 처우에 대해 한전KPS 임원에게 호소한 내용으로, 한전KPS의 갑질 문제를 알리기 위해 대책위가 언론에 배포한 자료였다. 문자가 작성된 시점은 2019년 12월이고, 한전KPS 비정규직 노조가 결성된 것은 2021년 9월이었다. 김 의원은 2019년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노조가 김충현을 괴롭혔다고 거짓말을 한 셈이다.

의원실을 찾아 항의했지만, 보좌관은 “우리가 어떻게 사실인지 확인하냐, 포렌식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라거나 “떳떳하면 조사받으면 되지 않냐”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김충현을 잃은 충격과 슬픔에 빠진 동료와 비정규직 노조를 가해자로 몰았다. 경찰은 김충현의 동료를 사고 책임자로 조사하고 있다. 회사는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노동자를 관리감독자로 선임했는데, 사고가 터지면 관리감독자가 처벌을 받는다.

정부도 총리도 대책위와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사고의 진짜 책임자가 아니라 김충현의 동료들이 공격당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연일 산재 예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산재 사망자의 영정 앞에서 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 정부를 두려워할 기업도, 신뢰할 노동자도 없다.

박정훈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부위원장

박정훈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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