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정처 “처분가능소득 기준 소득재분배, OECD 하위권”
시장소득은 상대적으로 높은데 쓸 수 있는 돈은 적어 빈곤율 높아
고령층, 더 심각…연금액 상향·재정 역할 강화로 불평등 개선 필요
조세와 복지제도를 통한 한국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하위권 수준으로 나타났다. 세금과 국민연금·기초연금 등이 반영된 ‘처분가능소득’ 기준에서 OECD 평균보다 불평등 지표가 한참 뒤떨어지고, 공적 연금 등이 실질적 빈곤을 줄이는 데 역할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2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5 대한민국 경제’를 보면 2022년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시장소득 기준 20.2%로 OECD 평균(26.9%)보다는 낮았다. 38개국 중 34번째였다.
상대적 빈곤율은 전체 인구 중에서 중위소득(한가운데 소득)의 50% 이하의 소득을 가진 사람들의 비율이다. 노동이나 사업활동을 통해 얻은 소득만 살펴봤을 때, 한국의 소득분배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금을 내고, 국민연금·기초연금 등 ‘공적 이전소득’을 포함한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보면, 상대적 빈곤율은 14.9%로 OECD 평균(11.5%)을 오히려 웃돌았다. 처분가능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 순위도 38개 회원국 중 9번째로 높았다. 즉 세금과 복지, 사회보험 등 정부 재분배 정책이 실질적으로 빈곤을 줄이는 데 충분히 기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특히 66세 이상 고령층의 소득으로 따져보면 이 격차가 더욱 두드러진다. 시장소득 기준으로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59.1%로 OECD 평균(67.3%)보다 낮지만, 처분가능소득 기준에선 한국이 39.7%로 OECD 평균(14.9%)의 세 배 가까이 높았다. 회원국 중 노인 상대적 빈곤율 순위도 28위에서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론 1위로 껑충 뛰었다.
국회예정처는 “OECD 회원국들이 연금 등 공적 이전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 빈곤을 효과적으로 완화한 것과 달리, 한국에선 공적 이전소득이 노인층 빈곤 개선에 기여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또한 가장 최신 통계인 2023년에도 한국 상대적 빈곤율이 시장소득 기준으로 19.9%로 소폭 낮아진 데 비해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14.9%로 제자리였다.
OECD 회원국 중 상당수가 아직 관련 통계 집계 전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재분배 정책 효과는 OECD 최하위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불평등의 대표적 지표인 지니계수에서도 소득재분배 효과가 낮았다. 2022년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한국이 0.396으로, OECD 평균(0.469)보다 낮았지만,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보면 한국(0.324)은 OECD 평균(0.320)을 웃돌았다. 지니계수는 ‘0’이면 완전 평등, ‘1’이면 완전 불평등이라는 의미다.
공공연금 등으로 소득분배가 얼마나 개선되는지를 따진 ‘공적 이전에 의한 지니계수 하락폭’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OECD 회원국 31개국 중 멕시코, 칠레, 코스타리카에 이어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이에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연금 급여 수준을 높이든지 국가 역할이 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시장에서 발생한 소득불평등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재정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