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손홍주를 추모하며
1년이 흐른 뒤에야 당신의 얼굴을 보게 됐습니다. 광대의 모습인 자화상은 모든 광대가 그러하듯이 씁쓸한 슬픔이 배여 있네요. 아닙니다, 솔직히 제가 느낀 슬픔은 나의 회한 때문입니다. 지난해 초여름 당신이 제안한 일을 거절한 것이 몹시도 후회됩니다. 당신을 아는 모든 이들이 놀랐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였죠. 전화를 받은 지 일주일이 흐른 뒤 당신의 부고를 들었거든요.
며칠 전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2025 동강국제사진제에서 당신의 사진전 <人 THE VIEW - 손홍주>가 열린다는 소식이었죠. 당신의 자화상이 걸려 있을 것이라 나는 확신했습니다. 예상은 맞았지만 곤혹스러웠습니다. 당신의 민낯을 볼 수는 없었기에. 벽에 걸린 당신의 사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극장의 관객석, 매표소 그리고 당신의 동료들을 찍은 인물 사진들. 씨네21 창간 멤버로 영화인들의 모습을 꾸준히 사진에 담아왔더군요. 아 참, 당신의 동생 역시 손현주라는 이름의 걸출한 배우더군요. 물론, 당신도 동생만큼이나 훌륭한 사진작가였습니다. 전시장 한편에 당신을 기억하는 한 후배의 편지가 있더군요. “선배가 찍어준 내 사진은 손홍주의 사진인가요, 나의 사진인가요?” 광대의 모습을 한 당신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글쎄, 그건 네가 알아내야 하는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