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사회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사법개혁, 언론개혁이 발등의 불임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교육개혁에 대해 정부도 언론도 소홀한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 교육은 그동안 독재 정권의 이데올로기 홍보 수단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적 자원 양성 기관으로 수단화해 인간의 얼굴을 잃고 몸살을 앓아왔다. 학생 510만명의 하루하루와 사회의 미래를 좌우하는 교육을 바로잡는 일, 무한 입시경쟁을 철폐해 공교육을 반듯하게 바로잡는 일보다 시급한 개혁 과제가 또 어디 있겠는가. 국민주권정부는 교육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
내란 사태를 겪으면서 모두 민주주의 시민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했을 것이다. 시급히 공교육을 정상화해 민주주의 시민 교육에 힘써야 한다. 민주주의 시민 교육은 계층·세대·지역·젠더·종교 갈등에 대해 사회적 토론이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교육이다. 기후위기, 4차 산업혁명, 급변하는 국제 정치질서 등 복합 위기에 대응하는 사회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다.
이렇듯 막중한 민주주의 시민 교육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 요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교육은 없고 경쟁만 있다’고 자조하게 하는 무한 입시경쟁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 한갓 대학입시 준비기관, 학원으로 전락해 있다. 학생들은 심신이 너무 고달프고 도무지 여유를 가질 수 없다. 아이들이 유치원 때부터 대학에 갈 때까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공부에만 매달리게 만들고 있다. 입시경쟁에서 승리한 소수의 학생은 능력주의, 엘리트주의를 내면화하게 된다. 패배자로 호명된 학생들은 열패감으로 사회 공동체의 문제점들을 개인의 문제로밖에 보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어느 쪽이든 인간의 존엄성, 자유와 평등, 공감과 관용, 사회 연대의 가치를 배우지 못하고 교문을 나선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교문 앞에서 새로운 활력을 충전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무한 입시경쟁을 타파하고 공교육을 바로잡을 방안은 무엇인가?
첫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폐지하고 대학 입학 자격고사를 실시해야 한다. 시험은 주관식으로 출제하고 과목별로 5단계 평가를 해서 60점 정도를 얻으면 원하는 대학의 학과에 입학할 수 있어야 한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할 수 없게 만드는 객관식 시험은 최소화해야 한다.
둘째, 국립대학교부터 통합 전형하고 점차 확대해 학벌을 타파해야 한다. 대학 입학 후 전공 공부를 강화하고 전문 인재 양성은 대학원 이후 과정에서 심화해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대학 입학 자격고사로 전환하는 개혁을 전제하지 않으면 또 다른 난맥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교육개혁은 교실이나 교문 안의 개혁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사회 제도와 습속, 문화를 바꾸기까지 이어지는 사회대개혁을 전망해야 한다. 학력 간 임금 차별, 비정규직 차별의 철폐가 병행 추진돼야 한다.
2024년 한국은행이 낸 교육 보고서는 “전체 일반고 학생의 4%를 차지하는 강남 3구 출신 학생들이 서울대 신입생의 12%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심각한 교육 불평등을 지적했다. 2024년 한 해 사교육비는 29조2000억원으로,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7만4000원이었다. 사교육비 부담은 청년층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만들고, 장년층을 노후 빈곤층으로 전락시키고, 가계의 소비 여력을 고갈시켜 경기 침체를 불러오기까지 한다. 사교육비 지출을 절반만 줄여도 가계는 숨통이 틔고 청년들은 양육비 부담을 덜게 될 것이다.
유능한 정부, 실용주의를 지향하는 이재명 정부가 무한 입시경쟁을 철폐하는 개혁에 적극 나서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성대 진보교육연구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