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지 1000일째를 맞은 24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천 일의 그리움, 천 번의 약속’ 추모의 밤 행사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참사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문재원 기자
24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 보라색 불빛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이태원 참사가 있었던 2022년 10월29일에서 1000일이 지난 이날, 유가족들은 1000번을 눌러 마음을 담은 편지를 소리 내 읽었다. 희생자 고 김주한씨의 아버지는 “천국으로 유학 간지 1000일이 됐구나, 하루도 잊은 적이 없이 많이 그립다”며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힘쓰고 있어. 159명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노력할게”라고 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명동성당에서 ‘이태원 참사 1000일 추모의 밤’을 열었다. 대책위는 “참사 3주기를 앞둔 지금도 왜 10만이 넘는 인파가 모일 것을 예측하고도 국가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는지 밝혀지지 않았고, 그 누구도 책임을 지고 물러나지 않았다”며 “1000일의 그리움과 1000번의 약속을 되새기며 별이 된 159명을 기리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참사 희생자 이재현씨의 어머니 송해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1000일이면 잊힐 법도 하지만, 날이 갈수록 함께했던 기억이 더 선명해지고 그리움은 깊어만 간다”고 말문을 뗐다. 이어 “지난 6월 이태원특조위의 진상조사가 시작되며, 1000일간 간절히 바라왔던 진상 규명의 문이 열렸다”며 “아이들이 왜 떠나야 했는지,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떻게 하면 이런 참혹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얻고 싶다”고 말했다.
희생자 고 권수정씨의 외삼촌 김진성씨(50)는 “수정이 생일이 8월 31일인데, 내 생일은 전날이라 우린 항상 함께했던 것 같다”며 “그래서 7월만 되면 아프다. 지금도 전화를 걸면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가 24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연 ‘이태원 참사 1000일 추모의 밤’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포스트잇에 적어 붙여뒀다. 백민정 기자
추모의 밤 행사에 앞서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직접 만든 목걸이와 팔찌를 참석자에게 나눠줬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포스트잇에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곳도 있었다. 대학원생 김민주씨는 포스트잇에 “세월호, 이태원, 수많은 참사와 산재는 ‘그때 국가는, 공권력은 어디에 있었나’라고 질문하게 한다”며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들의 명복을, 그날의 진상규명을 빈다”고 남겼다.
유가족들이 직접 써온 편지를 소리 내 읽는 시간도 마련됐다. 희생자 고 차현욱씨의 누나는 “우리 가족의 희망을 뺏은 그 날의 진실을 찾기 위한 걸음마가 시작됐다”며 “너무 늦었지만 너의 삶이 헛되지 않게 해줄게, 누나 만나면 수고했다고 안아주라. 사랑한다, 내 동생”이라고 말했다. 고 조경철씨의 어머니는 “1000일이 지나도록 시간은 흘러가는데, 엄마 마음은 천근만근”이라며 “나의 버팀목, 나의 영원한 껌딱지 경철아, 엄마가 많이 사랑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희생자 고 진세은씨의 사촌 언니인 싱어송라이터 예람과 가수 이한철의 공연도 열렸다. 참가자들은 함께 가수 하림의 이태원 참사 추모곡 ‘별에게’를 합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