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음악 관련 심사를 맡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새로운 재능을 먼저 포착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심사를 통해 여러 뮤지션을 만났다. 그중 이 가수를 처음 접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 ‘입춘’(2022)이라는 곡으로 널리 알려진 한로로(사진)다.
인터뷰에 따르면 ‘입춘’의 주인공은 ‘우리’다. 그러나 제목과는 다르게 내용은 설렘과 거리가 멀다. 곡에서 주인공은 “아슬히 고개 내민” 자신에게 봄 인사 건네줄 누군가를 기다린다. 한로로의 말을 듣는다. “넘어지더라도 꽃피우고 싶은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달라는 의도다.” 한로로는 후렴구의 폭주하는 록 기타 연주를 통해 화자의 간절함을 인상적으로 표현한다. 그가 Z세대의 록스타로 불리는 가장 큰 바탕이다.
얼마 전 한로로의 신곡 ‘도망’이 공개됐다. 주제는 ‘입춘’ 때와 유사하다. 우리에게 밝아오는 천국은 아무 상관 없다. 추락은 고통이지만 그것이 “끝없는 추락”이라면 고통 또한 없을 것이다. 롤랑 바르트식으로 말하면 그녀에게 세계는 곧 무딘 의미다. 종잡을 수 없고, 미끌미끌해서 끝내 닿을 수도 잡을 수도 없는 세계다. 이러한 주제를 한로로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강렬한 록 기타 연주로 실어 나른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에 이미 여러 비평가와 팬이 찬사를 보냈다.
그녀의 음악에 흐르는 정서 중 하나는 분노다. 그러나 한로로의 분노는 폭력적인 흑백논리가 지배하는 공간 저 너머에서 정신이 마침내 기지개 켤 수 있는 어딘가를 꿈꾼다. 그렇다. 타자를 악마화할 뿐인 분노는 그저 허망하다. 그것은 돌고 돌아 결국 자기 자신을 해친다. 따라서 우리는 분노가 우리를 분열시키지 못하도록 세밀히 조율하고, 경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일상에서의 용기와 통찰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지닌 변화의 힘을 믿어야 한다. 한로로와 그녀의 음악이 그런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