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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라는 성역

입력 2025.07.27 21:13

수정 2025.07.2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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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에서 김건희 여사는 ‘성역’이었다. 어쩌면 배우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내던 그 전 정부부터라고 하는 게 맞을 수도 있겠다. 그런 김 여사가 마침내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소환조사 하나에 이렇게 호들갑을 떨 일이냐고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현재 돌아가고 있는 이른바 ‘3대 특검’이 소환한 피의자나 참고인들은 손으로 꼽기도 어렵다. 대기업 경영진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 윤석열 전 대통령까지 필요하면 소환돼 조사를 받고 돌아갔다. 하루에도 들락날락하는 사람이 여럿이니 기사로 정리하기도 벅찰 정도였다. 그러나 김 여사는 계속 ‘아직’이었다.

지난 정부에서 김 여사는 법 위에 존재했다. 범죄 의혹이 쏟아져도 수사기관은 애써 외면했고, 명백한 정황도 무시했다. 그렇게 김건희라는 이름은 지난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던 법치주의가 닿지 않는, 갈수록 견고해지는 성역이 됐다. 그런 김 여사에게 ‘김건희 특검’이란 약칭으로 불리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다음달 6일 소환조사에 응하라고 통보했다. 윤 전 대통령이 조사를 앞두고 그랬듯이 김 여사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보겠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김건희란 성역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다. 이 사건은 2010년쯤부터 2년여간 벌어졌다. 공범들은 김 여사의 계좌를 이용해 통정매매, 고가매수 주문 등 전형적인 시세조종 수법으로 주가를 띄웠고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이들은 모두 기소돼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정작 계좌와 자금을 제공한 ‘전주’ 김 여사는 법망을 피해갔다. 지속해서 문제가 제기되자 검찰은 단 한 번도 소환하지 않은 채 서면조사와 비공개 방문조사 한 번으로 김 여사에게 ‘무혐의’란 면죄부를 부여했다. 검찰의 논리대로 김 여사가 ‘주식을 잘 모르는 일반 투자자’라 할지라도 전주로 가담했으면 어떻게든 처벌을 해야 했지만, 검찰은 칼 한번 제대로 뽑지 않고 싸움을 접었다.

고가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은 김 여사란 성역을 더욱 공고하게 했다. 최재영 목사에게 수백만원짜리 가방을 받는 장면이 영상으로 만천하에 공개됐지만 대통령실은 ‘반환할 예정이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놨고, 반부패 총괄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신고 6개월 만에 ‘위반 사항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였지만, 해당 법의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 ‘면죄부용 결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정부는 김 여사를 옹호하기 위해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 법 자체를 무력화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은 권력 사유화의 정점이었다.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친 고속도로의 종점이 제대로 된 절차 없이 김 여사 일가가 소유한 땅이 밀집한 곳으로 변경됐다. 의혹이 제기되자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1조7000억원 규모의 국책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의혹을 해소하는 대신 사업 자체를 볼모로 삼아 비판 목소리를 차단해버렸다. 개인의 의혹이 국정 전체를 마비시키고 왜곡한 사례다.

이 모든 과정은 검찰, 권익위, 행정부 등 국가의 시스템이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체계적으로 동원되고 망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김건희란 이름이 등장하면 ‘법 앞의 평등’은 교과서에나 존재하는 문구가 됐고, 국민의 사법 불신은 한계를 넘어섰다.

이제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김건희 소환은 단순한 피의자 조사 일정이 아니다. 특검 출범의 정당성을 증명하고, 무너진 정의를 바로 세울 기회다.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계좌에서의 구체적 거래 지시 여부, 명품가방 수수 경위와 반환 처리, 고속도로 노선 변경 과정에서의 보고·승인 여부 등 모든 의혹의 핵심을 파헤쳐야 한다. 김 여사에게는 이외에도 10건 넘는 의혹이 또 남아있다.

김 여사는 여전히 자신이 특권층이라 여기는 듯하다. 의혹을 하루에 하나씩만 조사하고, 조사일 사이에 휴식일을 보장하라는 둥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김 여사는 더 이상 숨거나 숨겨서는 안 된다.이제라도,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본인의 목소리로 모든 의혹을 해명하고 겸허한 자세로 법정에 서야 한다. 그것만이 어쩌면 아직 남아있을지 모르는, 전직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품위를 지키는 일이다.

홍진수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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