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7일 평양에서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2주년 기념 행사를 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8일 이재명 정부에 대해 “한·미 동맹에 대한 맹신과 우리와의 대결 기도는 선임자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며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그는 이를 ‘공식 입장’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54일 만에 북한이 내놓은 첫 공식 반응이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한(남북)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이재명 정부가 아무리 수선을 떨어도 한국에 대한 대적 인식에서는 변화가 있을 수 없으며 조한관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은 역사의 시계 초침은 되돌릴 수 없다”고 했다. 또 이재명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중지 등을 “나름대로 기울이고 있는 ‘성의 있는 노력’”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스스로 초래한 문제거리들이라 평가받을 만한 일이 못 된다”고 일축했다. 북한이 이재명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며 일련의 대북 화해 조치에 나선 의미를 깎아내린 것은 유감스럽다.
북한은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하노이 노딜’ 이후 비핵화 대화의 문을 닫았다.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에는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며 남북관계를 차단했다. 이번 담화도 그런 흐름 위에 있다. 남북 간 불신의 골이 깊어 이재명 정부가 내민 손을 북한이 즉각 잡을 거라고 예상하긴 어렵다. 트럼프 재집권 후 대화 제안도 뿌리친 북한 아닌가. 북한이 여전히 강경하게 거부하고 있어 남북이 마주 보고 대화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이재명 정부가 과거 정부와 다르지 않은 근거로 한·미 연합훈련을 거론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다음달 예정된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 조정을 이 대통령에게 건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한·미 대화로 검토·조율해볼 만하다.
한반도 평화는 어차피 가야 할 길이다. 그러니 북한의 반응과 태도가 부정적이라고 해서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실도 “적대와 전쟁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일관되게 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면서 긴 호흡으로 신뢰를 하나씩 쌓다 보면 꼬인 실타래가 풀리는 순간이 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