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외국인 이직 제한하는 고용허가제 개편 방침
민주노총 “구조적 폭력 없도록 차별적 제도를 없애야”
전남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이주노동자가 지게차에 묶여 인권유린을 당한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도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노동계에서는 이주노동자 권리를 제약하는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28일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이주노동자의 고용허가제(E-9) 비자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외국인 근로자가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 위험한 근무환경에 놓인 경우 원활한 이동이 가능하도록 고용허가제를 개편할 방침”이라며 “모든 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근무환경, 산업안전, 고용서비스 등 지원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행 외국인고용법상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는 원칙적으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다.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최초 3년 내 3번, 추가 1년10개월간 2번까지 사업장을 바꿀 수 있다. 정당한 사유가 있어도 피해를 직접 입증해야 하고, 그나마 사업주 동의가 없으면 일터를 옮길 수 없다. 예외를 인정받아 사업장 변경 승인이 나더라도 3개월 내 새 일터를 구하지 못하면 강제 출국된다.
이주노동자가 불합리한 피해를 당해도 항의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이주노동자도 지난 2월 괴롭힘을 당했지만, 피해 사실은 최근에야 외부에 알려졌다. 정영섭 이주노조 활동가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사업주만 고용기간 연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 부당한 처우를 당해도 참을 수밖에 없는 현실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노동자들은 일상적으로 폭력, 임금체불, 차별, 부당해고 등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초 네팔 국적 20대 청년 이주노동자는 농장 관계자의 폭언·폭행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북 구미에서는 베트남 이주노동자가 폭염 속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 사망했다.
노동계는 차별적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민주노총은 “몇몇 사업주의 만행이 아니라, 국가가 제도를 통해 구조적으로 가한 폭력”이라며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관리대상’으로만 취급하며, 사업장 변경조차 허락받아야 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침묵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용허가제를 비롯한 차별적인 이주노동 제도를 전면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욱 근본적인 정책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은정 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은 “정부의 빠른 대응이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고용허가제 문제만 정리하고 넘어갈까 우려된다”며 “이주민 관련 차별적 제도에 대한 정부의 전면적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주민을 단순히 노동력이나 통제, 관리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