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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한 억만장자 v.s. 무명배우 전 남친’···결혼 상대 두 남자,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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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상대가 억만금을 가진 부자가 아니면 모를까 굳이, 결혼을?' 싶은 것이다.

영화 <머터리얼리스트>는 이 속물적인 로맨스 전문가 루시의 삶에 다른 조건의 두 남자가 등장하며 시작한다.

한 명은 루시가 성사시킨 고객의 결혼식에서 만난 신랑의 형, 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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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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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한 억만장자 v.s. 무명배우 전 남친’···결혼 상대 두 남자, 당신의 선택은?

입력 2025.07.30 17:11

수정 2025.07.30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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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지현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영화 <머티리얼리스트> 메인 포스터 이미지.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영화 <머티리얼리스트> 메인 포스터 이미지.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결혼. 사람과 사람이 만나 평생을 약속하는 일. 루시(다코타 존슨)는 사람들이 ‘성스럽게’ 생각하는 인륜지대사의 한복판에서 일하는 미국 뉴욕의 30대 직장인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듀오같은 결혼정보회사, 어도어의 ‘매치 메이커’인 그는 벌써 9번째 결혼을 성사시킨 에이스다.

고객들에게 “당신은 운명의 사랑을 만나게 될 것”이라 말하는 그는 누구보다 로맨스를 믿는 얼굴을 하지만, 뒤에서는 말한다. “내 일은 영안실이나 보험 회사에서 일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나이, 키, 학벌, 재력, 외모···. 규격화된 목록에 따라 고객들을 분류하고 서로 ‘급’이 비슷한 사람들을 이어주는 일. 루시는 자기 일에 진심이지만, 오늘도 비혼을 결심한다. ‘상대가 억만금을 가진 부자가 아니면 모를까 굳이, 결혼을?’ 싶은 것이다.

영화 <머티리얼리스트>에서 결혼정보회사 에이스 직원 루시(다코타 존슨)와 억만장자 ‘유니콘’ 해리(페드로 파스칼)가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영화 <머티리얼리스트>에서 결혼정보회사 에이스 직원 루시(다코타 존슨)와 억만장자 ‘유니콘’ 해리(페드로 파스칼)가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영화 <머티리얼리스트>는 이 속물적인 로맨스 전문가 루시의 삶에 다른 조건의 두 남자가 등장하며 시작한다. 한 명은 루시가 성사시킨 고객의 결혼식에서 만난 신랑의 형, 해리(페드로 파스칼)다. 나이가 있지만 준수한 외모, 매너를 아는 성격, 무엇보다 부자집에서 태어나 금융업계에 종사하며 스스로도 억만금을 벌어들이고 있는 재력까지. 결혼정보 업계에서 소위 ‘유니콘’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또 다른 한 명은 루시가 해리를 만난 그 결혼식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던 존(크리스 에반스)이다. 가난한 연극배우이자 루시의 전 남자친구인 그는 서른일곱이 된 지금도 두 명의 룸메이트와 함께 뉴욕의 좁은 방에 산다. 해리 대 존, 자산가 대 옛사랑. 루시는 둘 중 누구를 선택할까.

영화 <머티리얼리스트> 속 루시(다코타 존슨)의 전 남자친구 존(크리스 에반스)은 서른 일곱살, 무명 연극배우다. 그는 케이터링 업체 서빙 아르바이트로 뉴욕살이를 위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영화 <머티리얼리스트> 속 루시(다코타 존슨)의 전 남자친구 존(크리스 에반스)은 서른 일곱살, 무명 연극배우다. 그는 케이터링 업체 서빙 아르바이트로 뉴욕살이를 위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2023)로 전미 비평가 협회(NSFC) 작품상을 받은 셀린 송 감독(37)이 또 다른 삼각 로맨스물로 돌아왔다. 캐나다에 이민한 한국계 여성과 그의 백인 남편, 그리고 오랜만에 재회한 어린 시절 한국인 첫사랑 사이 미묘한 감정을 ‘인연’이라는 동양적 키워드로 풀어냈던 송 감독은 두 번째 장편 <머티리얼리스트>로 아주 서양적인, 90년대풍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한다.

뉴욕과 커리어 우먼이란 소재에서 오는 세련됨, ‘돈이냐 사랑이냐’는 고전적 주제가 만들어내는 통속성. 어디서 본 듯한 조합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결혼정보회사 고객과 직원이 서슴없이 뱉는 숫자들이다. 남자 키는 6피트(약 182cm)를 넘었으면 좋겠고 여자 나이는 (본인은 40대인데도) 20대였으면 한다. “나는 최소한의 조건만 말하는 것”이라며 줄줄이 조건을 말하는 고객들의 몽타주는 영화의 ‘웃픈’ 포인트이면서도 ‘나는 저런 조건을 보지 않는가’ 돌아보게 만드는 요소다.

지나치게 완벽한 해리와 현실적으로 궁상맞은 존 사이. 상대와 키스하면서 그의 집을 어깨 너머로 스캔하는 루시를 보여주는 시퀀스는 ‘물질주의자’라는 뜻의 제목이 붙은 이 영화를 정확히 설명하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다코타 존슨(36)은 계산이 앞서는 루시의 속물적인 모습을 놀랍게도 사랑스럽게 연기해 낸다.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의 ‘미스터 판타스틱’ 페드로 파스칼(50)과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44)가 히어로가 아닌 연애 상대로 대결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다.

셀린 송 감독(좌)이 크리스 에반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뒤의 계단에는 루시 역의 다코타 존슨이 앉아 있다.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셀린 송 감독(좌)이 크리스 에반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뒤의 계단에는 루시 역의 다코타 존슨이 앉아 있다.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12세에 캐나다로 이민을 간 한국계 캐나다인인 송 감독은 <넘버 3>(1997) 등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송능한 감독의 딸이다. 삼촌인 고 송길한씨는 <만다라> <길소뜸> <씨받이> 등 임권택 감독의 대표작 시나리오를 썼다. 집안의 재능을 이어받은 듯 송 감독도 이야기꾼이다. 전미비평가협회 작품상을 받은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에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듯 <머티리얼리스트> 속 연극배우 존의 삶에서는 무명 극작가 시절 뉴욕에서 버티던 송 감독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이야기의 뼈대는 반 년가량 커플 매니저로 일했던 감독의 실제 경험에서 왔다. 송 감독은 “흔히들 데이트라고 부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서로를 음울한 방식으로 대상화하고, 결국 서로를 하나의 상품처럼 대하게 된다는 점을 봤다”며 “그 모든 것이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한 것이라는 게 모순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주인공 루시는 자기 자신조차 ‘연애·결혼 시장’에서의 상품으로서 계량화하고 평가절하하면서도 “결혼은 요양원과 무덤 동지를 찾는 일”이라고 말하는 다면적인 인물이다. 조건을 따지면서도 꿈에 그린듯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날 수 있을까. 세속적이면서도 동화 속 운명적 사랑을 내심 바라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 8월8일 개봉. 116분. 12세이상 관람가.

영화 <머터리얼리스트>에서 옛 연인 루시(다코타 존슨)와 존(크리스 에반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영화 <머터리얼리스트>에서 옛 연인 루시(다코타 존슨)와 존(크리스 에반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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