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노후 설비 문제
저조한 임금·투자에서 비롯
연이은 중대재해 사고로 이재명 대통령의 질책까지 받은 SPC그룹이 산재 근절을 위해 ‘8시간 초과 야근 폐지’ 등 조치를 발표했지만 근본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나왔다.
31일 취재를 종합하면, SPC는 생산직 야근을 8시간으로 제한하고,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시간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주간 근무시간도 줄이고, 전환 과정에서 교육과 매뉴얼 정비도 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이 SPC삼립 시화공장을 방문한 뒤 내놓은 대책이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는 “제대로 실행되어 장시간 노동이 근절되기를 바란다”면서도 “유감스럽게도 기대보다는 여전히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SPC에서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근본적 원인은 ‘장시간 노동’과 ‘노후 설비’가 핵심인데, 이에 대한 개선책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은 결국 저임금에서 비롯된다. 야간 초과근무를 없애면 실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임금 저하로 이어진다. SPC는 임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재준 화섬식품노조 교육선전국장은 “현장 노동자들은 지금도 임금이 많지 않은데, 야간 근무가 단축되면 임금이 더 줄어든다”며 “근무 단축에 따른 임금 저하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장의 물량은 그대로인데 근무시간만 단축할 경우 노동 강도가 더 세질 수도 있다. SPL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휴식시간을 쪼개 쓰는 상황이다.
SPC가 과연 얼마나 약속을 지킬지도 미지수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2022년 첫 사망사고 이후 대국민 사과를 하고 안전관리에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사고는 반복됐다. 사측은 지난해 말까지 약 835억원을 집행했다고 했는데, 실제로 돈을 어디에 썼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노조는 경영진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제대로 책임지지 않으면 사고는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