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떨어진 동산에서 호미와 괭이를 들자
이동해 지음
휴머니스트 | 280쪽 | 2만원
<꽃 떨어진 동산에서 호미와 괭이를 들자>에 담긴 이야기들은 ‘일제감시대상인물카드’에서 시작한다. 1965년 내무부 치안국 감식계 창고에서 유관순의 수감 시절 사진이 발견되면서 이 카드가 처음 주목받는다. 사진의 출처는 일제가 독립운동가를 탄압하고 잡아들이는 데 사용한 6000여장의 카드 뭉치였다. 해방 후 한국 경찰이 보관하던 이 카드는 1980년대 말 국사편찬위원회로 이관되며 빛을 본다. 카드에 담긴 인물 수는 4837명에 달했다.
가로 15㎝, 세로 10㎝의 작은 카드지만, 그 한 장 한 장이 전하는 울림은 적지 않다.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유명 독립운동가들 외에 아주 보통의 평범한 조선인 40명이다. 학생, 교사, 지역 유지와 소작인, 점원, 엘리베이터 보이 심지어 좀도둑까지 식민지 조선 땅에서 벌어진 일상 속 저항들을 소개한다.
책의 제목을 따온 황웅도(1901~1952)의 사진은 1934년 5월16일 촬영됐다. 경남 고성군에서 태어난 그는 3·1운동 당시 만세 시위 선두에서 군중을 이끌다 체포되어 훈계 방면된 것으로 전해진다. 고성일심회라는 청년 조직을 만든 그는 다음과 같은 취지서를 남겼다. “우리 사회가 작년 이래 처음으로 눈을 떠서 손을 움직여 수백 년간 황폐하고 쇠퇴하여 꽃이 떨어진 동산에서 호미와 괭이를 들기 시작했다. 우리 동산에는 어두침침한 수목이 꽃을 가리고, 풀뿌리는 어지럽게 자라고 자갈은 흩어져 구르니, 이것들을 청소해야만 한다.” 이후에도 독립운동을 지속하던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1952년 사망했다.
저자는 카드를 살피면서 식민지 조선 치안 책임자였다면 괴로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한반도에선 글자 그대로 ‘쉼 없이’ 독립운동이 펼쳐졌다. 일각에선 식민지 조선이 점점 근대화되어 간 양상을 부각하며, 한반도에 거주한 다수의 조선인은 일제의 식민 통치에 순응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을 책에서 소개하는 분들의 영령이 듣는다면 코웃음 칠 거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