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기왕에 핀 꽃잉께”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기왕에 핀 꽃잉께”

입력 2025.07.31 20:39

수정 2025.07.31 20:40

펼치기/접기
민들레꽃을 남기는 이유. 2015. ⓒ김지연

민들레꽃을 남기는 이유. 2015. ⓒ김지연

문화는 경제적 여유에서 오는가, 아니면 마음의 여유에서 비롯되는가. 가끔 이런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흔히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던가. 배가 불러야 문화니 예술이니 할 여유도 생긴다는 말이다. 하지만 배가 부르다고 모두가 문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또 문화나 예술에 종사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품격 있는 인격체라 보기도 어렵다. 우리가 익히 아는 상류층 부인들의 예술 활동을 떠올려본다. 그들의 ‘문화 활동’은 예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결과일까, 아니면 그럴듯한 허세에 불과한 것일까. 이름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을 것이다. 예술가인 체하며 벌이는 그 행위들이 얼마나 가증스럽고, 때로는 얼마나 민폐인지.

가끔 재벌 회장 사모님이 운영하는 갤러리에 들를 때가 있다. 대체로 실력 있는 큐레이터와 좋은 작가들이 참여해 근사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그런 장면을 마주하면, 작은 공간을 간신히 꾸려가는 내 처지에서는 ‘문화고 뭐고, 결국은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인가?’ 하는 자괴감이 스친다.

서학동으로 이사 와 문화 공간을 만들 때, 건넛집 할아버지가 “겉만 요란한 예술가 따위”라며 툭 내뱉고 지나갔다. 지금은 다행히 웃으시며 지나간다. 주변에는 그림을 그리려 택배 일을 하는 이도 있고, 중견 예술가가 빨간펜 선생님을 겸하기도 한다. 사진작가들은 결혼사진이나 기업 행사 사진을 찍으며 근근이 버티고 있다. 수많은 전시를 해도 일생에 작품 몇점 팔지 못하는 작가도 많다. 그럼에도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그것을 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예술에 대한 갈망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봄날, 산책을 하다 도로와 맞닿은 산자락 자투리땅에서 풀 매는 할머니를 봤다. 빈 땅을 비비고 들어가 밭으로 일군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었다. 할머니가 풀 매고 지나간 자리엔 노란 민들레꽃이 군데군데 살아남아 있었다. 그런데 밭을 둘러보니 도라지 순이 올라오고 있었다.

“할머니, 도라지밭인데 왜 민들레는 안 뽑으셨어요?” 하고 물었더니, 허리도 펴지 않은 채 답하셨다.

“기왕에 핀 꽃잉께.”

그 자리에서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예술이었다. 돈·전시장이 없이도, 작가의 거창한 의도가 없이도 완성된 예술. 마음의 여유가 남긴 정다운 징표.

여름이 되니, 예쁜 도라지꽃이 피어 있었다. 내년 봄에는 또 민들레꽃을 보게 될 것이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