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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독자’ 시점

입력 2025.07.31 20:43

수정 2025.07.3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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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최고의 히트작 <전지적 독자 시점>의 실사 영화.

웹소설 최고의 히트작 <전지적 독자 시점>의 실사 영화.

20여년 전, 할리우드는 인터랙티브 영화 개발에 나섰다. 게임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부러워하며, 사람들은 이야기에 주도적으로 개입하는 주인공이 되려는 욕망이 크다고 판단했다. 영화에 게임 방식을 접목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다가 화면이 멈추면 선택지가 나온다. 관객이 좌석에 달린 번호판에서 원하는 버튼을 누르면, 다수가 선택한 이야기로 진행된다. DVD 플레이어에서 영화를 볼 때도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선택한다.

실패했다. 분기형 서사를 사용한 영화는 정서적 흐름이 끊기고 몰입도가 약해진다. 게임처럼 많은 선택지를 주는 것도 불가능하다. 스펙터클은 큰 스크린으로 보는 영화가 앞서지만, 직접 주인공이 되어 펼쳐지는 세계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자유도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한 편의 영화에서 다양한 스토리와 결말을 보여주려면 제작비가 너무 많이 올라간다.

영화는 감독과 작가가 의도하고 다듬은 서사를 완결된 형태로 관객에게 제시한다. 관객은 수동적으로 감상하며 감독의 메시지와 예술적 성취를 공감하고 향유한다. 인터랙티브 영화는 관객에게 선택을 강요하여 몰입과 해석을 방해했다. 그리고 피로했다. 영화를 보는 목적은 공감과 깨달음, 각성만이 아니다. 고단한 현실을 잊고, 찰나의 휴식을 취하며, 한껏 고양된 감정을 대리만족한다. 계속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상황은 피로감을 유발하고, 몰입을 방해한다. 주인공이 되려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다소 있겠지만, 언제나 주인공이 되고 싶지는 않다. 가끔 혹은 자주 관객과 시청자, 독자로만 남고 싶은 욕망도 강렬하다.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의 주인공 이름은 ‘김독자’다.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은 연재 초기에 독자가 많았지만, 10년을 연재하며 단 한 명만 남았다. ‘김독자’라는 이름은, 유일한 독자이며 개인으로서의 단독자를 의미한다. 소설로 읽었던 세계가 갑자기 현실이 되자, 김독자는 새로운 세계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된다. 세계의 원리와 법칙, 앞으로 벌어지는 사건들, 모든 인물의 캐릭터와 스킬 등등. 그리고 중요한 또 하나를 알고 있다. 김독자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 이 세계의 주인공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유중혁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익히 배운 ‘전지적 작가 시점’을 패러디한 제목이다. 전지적 작가 시점은, 작가가 작품 밖에서 인물의 내면과 행동, 대화는 물론 과거와 미래까지 모두 알고 있으면서 독자에게 다양한 정보와 복잡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달하는 형식이다. 전지적 작가는 모든 것을 아는 신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의 김독자는 ‘전지적 작가’가 아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보편적인 독자가 단지 이야기를 수동적으로 읽는 존재를 넘어 이야기 자체에 개입하고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말한다. 독자가 소설의 이야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독자인 내가 읽은 이야기의 감정과 의미는 변주하고 때로 해석을 넘어 재창조로 이끌 수 있다. 김독자가 새로운 세계에서 해야만 하는 일이다.

다만 이야기를 혼자서 끌어갈 수는 없다. 주인공이 아닌 김독자는, 주인공 유중혁과 동료가 되고, 원래 이야기에서 조연이나 단역이었던 이들을 새롭게 이끌어간다. 소설은, 작품은 독자를 거치면서 완성된다. ‘소설의 세상이 현실이 된다’는 설정은 익숙하다. 나아가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이야기와 독자의 관계를 치밀하게 파고들었다. 텍스트를 빠르게 습득하여 자신의 방식으로 다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때로는 지나친 슬픔과 분노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야기 속 인물과 정서적인 거리를 두는 ‘독자’로서만 존재하고, 이야기를 통해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독자의 개인적 모험을 흥미롭게 그려낸다. ‘전지적 독자’라 할 캐릭터를 훌륭하게 창조했다.

반면 영화는 아쉽다. 3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갔으니 소설의 팬만이 아니라 원작을 모르는 일반 관객까지 끌어들이기 위해 어느 정도 각색은 필요하다. 지방대 비정규직인 김독자가 타자와 연대하며 세상을 구원한다는 주제 자체는 좋다. 하지만 현실이 된 소설의 세계에서 김독자가 왜, 어떻게 싸우고, 살아남아야만 하는가에 대한 설득이 부족하다. ‘전지적 독자’도 그저 이야기를 다 아는 능력을 가진 인물 정도로만 쓰인다. 소설의 평범한 ‘독자’이며, 영화의 수동적인 ‘관객’으로서, 안타깝다.

김봉석 문화평론가

김봉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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