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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몸’에 흉터 생기면 어떡하냐지만…‘수리하는 몸’이 싫지 않다

입력 2025.08.02 15:00

수정 2025.08.0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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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호연
필자의 어린 시절 사진. 할 수 있는 만큼 고쳐나간다면 누구나 수리하는 몸이 될 수 있다.

필자의 어린 시절 사진. 할 수 있는 만큼 고쳐나간다면 누구나 수리하는 몸이 될 수 있다.

몸에 흉터가 늘어간다. 수리를 하다 보면 여기저기 찧거나 찔리거나 베이는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공구를 사용할 때는 주의와 집중을 다하기에 오히려 다치는 일이 적고, 작업이 끝난 뒤 정리를 하거나 긴장을 풀고 있을 때 다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쨌거나 수리수선을 하지 않는다면 위험에 덜 노출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다칠까 봐서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내 성미에 맞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말이 있다. ‘여자 몸에 흉터가 생기면 어떡하니’ 그 말에는 내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애정이 담겨 있었지만 나는 고마움보다 갑갑함이 앞섰다. 부모님은 내가 갓 태어난 아기처럼 흠결 없는 상태에서 그대로 자라 그린 듯이 아름다운 여성이 되기를 바랐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들의 작품을 망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마음껏 뛰고 넘어지고 굴렀으며, 상처가 나도 무심하게 방치했다. 무릎과 팔꿈치는 성할 날이 없었고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그 흉터가 그대로 남아 있다. 어른이 되어서는 소위 ‘여자답지 않은 일’, 공구를 사용해 이것저것 수리하는 일에서 기쁨과 효능감을 느꼈다. 그런 일들을 좋아하고 즐기는 한 다치지 않을 방도는 없었다.

‘여자다움’을 망치는 방법은 징그럽게도 많아서 피할 길이 없다. ‘무거운 걸 들면 턱이 넓어진다’든가, ‘손을 많이 쓰면 손가락 마디가 굵어진다’든가, ‘운동화만 신으면 발이 퍼진다’든가. 일일이 언급하기도 불편한 그 경고들을 얌전히 수용하고 살아왔다면, 나는 어른들이 바라던 곱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자랐을까? 그들이 상상하는 완전무결함은 실제로 달성할 수 있는 기준인가? 결코 장담할 수 없다. 어떤 어른들은 어머니를 만날 때마다 내 안부를, 정확히는 ‘예쁘게 잘 자랐는지’를 묻는다고 한다. 어머니가 어떻게 대답하는지는 모른다. 다만 시도 때도 없이 공구를 쥐고 힘을 쓰는 막내딸이 제발 험한(어머니의 기준으로) 일을 안 했으면 하고 나를 점잖게 타이를 뿐이다.

어머니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거운 냉장고나 세탁기를 옮기고, 드릴과 망치로 가구를 만들고, 물건을 수리한다. 누군가 열지 못하는 병뚜껑을 대신 열어주고, 무거운 짐을 흔쾌히 나누어 든다. 내가 먹는 음식들이 내 신체를 구성하는 것처럼 내가 하는 일들이 내 몸을 만든다. 어른이 된 나는 턱이 굳세고 팔뚝이 굵고 허벅지가 단단한 몸을 가졌다. 부모님이 바란 외모는 아니지만 나는 이런 내가 싫지 않다. 수리수선은 내가 삶을 지탱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필요한 기술을 익히면서 내 힘으로, 또는 힘을 합해 목표를 달성하고 성숙해가는 나를 본다. 흉터는 몸이 낫기 위해 분투한 흔적이었고,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이제 내가 나에게 바라는 바는 명확하다. 무리하지 않되, 하고 싶은 일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은 강건할 것. 할 수 있는 수리의 영역을 꾸준히 넓혀갈 것. 어쩌다 ‘그건 여자라서 못해’라고 단정 짓는 사람을 만난다면 이렇게 반론할 것이다. 수리하는 몸이 따로 있나요? 맨손으로 못하면 도구를 쓰면 되고, 혼자서 안 되면 여럿이 하면 됩니다!



[수리하는 생활]‘여자 몸’에 흉터 생기면 어떡하냐지만…‘수리하는 몸’이 싫지 않다

▲모호연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 일상 속 자원순환의 방법을 연구하며, 우산수리팀 ‘호우호우’에서 우산을 고친다. 책 <반려물건> <반려공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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