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전기는 평등한가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전기는 평등한가

입력 2025.08.03 21:21

수정 2025.08.03 21:25

펼치기/접기

“1984년부터 30여년간 서울의 짜장면은 14배가 올랐고, 버스요금도 10배가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1.9배 오르는 데 그쳤다. 뿐만 아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저렴할 뿐만 아니라, 연간 호당 정전 시간도 9.08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 품질을 유지한다.” 한국전력의 소식지(2019년 5월)에 실린 자부심 어린 소개글이다.

어릴 적 정전에 대비해 손전등이나 양초가 구비됐던 때를 생각하면 요즘의 전기는 참 고르다. 고르게 흐르는 전기를 저렴하게 보급한다는 한국전력의 자랑 이면에는 정규직의 반값도 안 되는 임금으로 하루 12시간씩 주간과 야간노동을 번갈아 하는 발전소 하청노동자가 있다.

고른 전기를 위해서는 쉴 새 없이 석탄을 나르고, 석탄 저장고에 일정한 수준으로 석탄이 채워져야 한다. 이를 24시간 모니터링하는 하청노동자는 안구건조증과 치질, 허리디스크를 달고 산다. 컨베이어벨트로 옮겨지는 석탄은 수분 함량이 많아 묽은 죽 같다. 이는 기계의 잦은 고장을 유발한다. 이러한 기계장치를 점검하고 보수하는 일을 하다 김용균과 김충현이 사망했다. 그래도 발전소의 전기는 고르게 흘러야 하기에, 김용균의 시신을 치우고 재빠르게 발전소를 가동했고, 김충현의 동료들은 트라우마 치료 도중 업무 복귀 명령을 받아야 했다. 노동자의 피와 살점으로 고른 전기를 만드는 한국 사회에서, 그렇게 만들어진 전기가 고르게 분배되고 평등하게 사용될 리 없다.

2022년 7월,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한창일 때 쿠팡물류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에어컨을 짊어지고 나흘간 쿠팡 본사가 있는 잠실에서 동탄까지 48㎞를 걸었다.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물류센터 내부가 37도에 육박’하면서 여성 노동자가 일하다 쓰러졌는데, 이때가 오후 9시40분경이었다. 24시간 쉴 새 없이 물류센터를 가동할 전기 중에 에어컨을 설치할 전기는 없었다.

한국 사회 최초의 ‘기후위기에 대항하는 노동자 투쟁’으로 기억되어야 할 쿠팡 노동자들의 ‘에어컨 로켓배송단’ 시위는 2023년 하루 파업과 기후정의행진 참여로 이어진다. “기후위기와 우리의 파업이 연결돼 있다”는 감각은 그렇게 행진에 참여하면서 더 강해졌다.

쿠팡 노동자들은 올해도 기후위기와 폭염의 문제 그리고 물류산업이 전기를 불평등하게 사용하는 것을 고발하며 파업과 농성을 시작했다. 발전소 하청노동자들 역시 8월 ‘기후파업’을 예고했다.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공공재생에너지를 더 빨리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모두 노조의 힘이 약한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은 단체협약서도 체결하지 못한 채 2021년부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은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과 단 한 번도 교섭을 해본 적이 없다. 이런 와중에 ‘노조법 2·3조 개정이 나라를 망친다’는 한탄이 경영계와 보수 언론사를 통해 울려 퍼진다.

우리 사회는 기후위기의 최전방에서 싸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권리와 더 많은 힘을 보태야 한다. 이들이 느끼는 생명의 위태로움과 생존의 위협에 대해 더 민감해져야 한다. 그래야 나라도 살고, ‘나’도 살고, 기업도 산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