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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파트 화재사건, ‘땜질 처방’ 말아야

입력 2025.08.03 21:21

수정 2025.08.0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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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일어난 화재로 어린이들이 참변을 당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차마 다시 떠올리기조차 고통스러운 이 사건을 언급하는 이유는 한 사람의 국민이자 부모로서, 두번 다시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26일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고 밝힌 이래 정부는 바삐 움직였다. 여러 차례 대책회의가 열린 끝에 지난달 31일 소방청에서 첫 후속조치가 나왔다. 돌봄 공백 가구에 ‘단독 경보형 감지기’를 무상 설치해준다는 내용이다. 연기를 감지하면 경보음을 울려 화재 위험이 있음을 알려주는 기기란다. 건전지를 넣어 작동시키며 설치도 간단하다고 한다.

집에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끼리 경보음을 듣고 신속한 대피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그나마 빠른 시행이 가능한 대책 중 하나를 제시한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무상 설치 요건이 까다롭다. 먼저 2004년 12월 말 이전 준공된, 스프링클러가 없는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 최근 3년 내 ‘아이돌봄서비스’ 신청 이력이 있어야 하고, 현재 초등학생 이하 자녀가 있어야 한다.

다른 건 몰라도 건축법상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으면 지원 대상이 아닌 게 눈에 띈다. 단독주택이나 빌라, 연립, 다세대 등은 안 된다는 의미다. “예산이 한정돼 있고, 사고가 난 곳이 아파트”(소방청)라는 이유에서다.

소방청은 화재 사고가 난 가정이 처해있던 상황과 흡사한 조건을 지원 대상으로 정했다. 좋게 말하면 ‘맞춤형 처방’이지만, 사실 이는 전형적인 ‘땜질 처방’이다. 화재가 아파트와 비아파트를 가려서 난단 말인가.

물론 이것이 정부 후속조치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전 정부에서 발생한 여러 사회적 참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런 그가 말한 ‘안전한 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책을 내놓을 거면 이전과는 뭐라도 달라야 한다.

정부가 후속조치를 고민할 때 한 가지만 당부하고 싶다. 사고를 계기로 아동돌봄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에 나서달라. 특히 아이를 대신 돌봐줄 생각을 하기 전에 부모가 자녀를 돌보도록 지원해주면 좋겠다.

윤석열 정부는 아이 돌보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 틈만 나면 여성가족부를 없애겠다고 떠들고, 취임 후 기껏 내놓은 돌봄대책이 초등학교에서 오후 10시까지 학생을 맡아주는 ‘늘봄교실’이었다.

여러 전문가들이 “학교에 아이를 밤 10시까지 두는 건 학대”라고 비판했다. 그렇게 돌봐줄 인력도, 시설도 학교엔 없다. 실제 수요도 극히 적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의 ‘리박스쿨’ 의혹 등을 보자면 애초에 늘봄교실은 돌봄 목적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젊은 세대가 주거안정 문제로 아이 낳기를 꺼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대출규제까지 풀어가면서 ‘신생아 대출’을 만든 것도 윤 정부이다. 정작 공공임대 공급과 관련 예산은 대폭 줄이면서 말이다.

주거안정 문제는 곧 경제적 문제이기도 하다. 젊은 세대가 가난하다는 뜻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대출을 더 해줄 테니 아이를 낳으라는 걸 해법이랍시고 내놓았다는 게 새삼 놀랍다. 신생아 대출이 등장한 뒤 주춤하던 아파트 거래가 늘어난 걸 보면 이 역시 실상은 ‘부동산 부양책’이 아니었나 싶다.

제발 이런 것들 말고, 부모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새 정부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주길 바란다.

기껏 1년뿐인 육아휴직은 여전히 사업주 눈치를 봐야 한다. 육아단축근무제는 일반 회사에 다니는 부모가 과연 실제 사용이 가능한 제도인지조차 의문스럽다. 전기·가스요금 할인 등 실효성 있는 ‘다자녀 혜택’은 여전히 대부분 ‘세 자녀 이상’에 머물러 있다. 있으나마나한 제도만 잔뜩 만들어놓고 “왜 아이를 안 낳느냐”며 되묻는 건 바보 같은 행동이다.

사회 전반의 공론화와 합의가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필요하면 근로시간 추가 단축도 얘기를 해봐야 한다. 곧 공론화가 시작될 정년연장 문제와 연계해 논의하는 것도 찬성이다. 저출생을 넘어 ‘국가 소멸’을 바라보는 나라가 아닌가.

같은 이유에서 부산 아파트 화재 사건도 주먹구구식 땜질 처방을 내놓기에 앞서 “왜 부모는 그 시각에 집을 비울 수밖에 없었나”를 먼저 물어야 한다.

송진식 전국사회부장

송진식 전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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