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오랜 시간 인간의 연장선에 있는 ‘도구’로 간주돼왔다. 계산을 대신 해주는 기계, 추천 알고리즘, 대화형 챗봇까지 AI는 인간의 지시에 반응하는 수동적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 AI는 도구의 지위를 넘어 ‘자율적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주 오픈AI는 또 한 번의 이정표를 제시하는 중대한 모델을 발표한다. 바로 GPT-5다. 기존 모델들과는 차원이 다른 ‘통합된 지능’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모델 업그레이드를 넘어 AI 역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오픈AI는 지난달 웹브라우저를 독립적으로 조작, 다단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챗GPT 에이전트를 발표했다. “항공편을 예약해줘”라고 말하면 인간의 개입 없이 에이전트가 여행 사이트를 찾아 날짜를 비교하고 최적의 옵션을 선택해 예약까지 완료한다.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며, 복수의 작업을 스스로 처리하는 능동형 AI다. 오픈AI뿐 아니라 구글 제미나이, 엔트로픽 등도 자사 모델에 이런 기능을 속속 탑재하고 있다.
GPT-5 출시는 이 흐름에 불을 붙일 것이다. 정교한 추론 능력, 장기적 메모리, 복합 작업 수행 능력을 갖춘 차세대 모델은 더 이상 사용자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는다. 대신,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검색하고 적절한 툴을 호출하며 수십개의 하위 작업을 분할해 처리한다. 심지어 인간이 따라가기 힘든 속도로 일하며, 감정 표현을 흉내 내고, 맥락에 맞는 언어와 비전을 제시한다. 바야흐로 AI가 ‘알아서 일하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런 변화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AI가 더 이상 인간이 조작하는 ‘도구’가 아닌,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존재(Being)’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사회적·철학적 규범의 재구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컴퓨터 앞에서만 할 수 있는 모든 직업은 향후 24개월 내에 AI 에이전트로 대체 가능하다”는 전문가 분석은 예언이 아니라 실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AI 에이전트가 직장에 본격 투입될 것으로 예측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2025년에는 중급 수준의 코더가 불필요해질 것”이라고 단언했고 이후 메타는 인력을 5% 감축했다. IBM CEO는 “수백명의 인사(HR) 직원을 AI 에이전트로 대체했다”고 했고 골드만삭스는 첫 번째 자율 코딩 에이전트를 시범 운영 중이다. 이들은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며, 실수하지 않고, 급여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일자리 대체를 넘어 인간 ‘실존’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우리말에서 휴먼(Human)은 ‘인간(人間)’으로 번역된다. ‘사람 사이’를 의미한다. 이제는 이 ‘사이’에 AI라는 새로운 존재가 끼어들었다. 인간과 AI가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의 속도가 우리 적응 능력을 훨씬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AI는 완벽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인간 업무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반박하지만 현실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AI 시대의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기준은 더 이상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아니라 AI와 얼마나 효과적으로 공존하느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AI의 판단은 누구의 책임인가? 데이터 편향으로 인한 차별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인간과 AI의 협업은 어떤 윤리적 가이드라인 위에 설 것인가? 이 모든 질문은 AI를 ‘도구’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야만 제대로 답할 수 있다. AI를 ‘잘 쓰는 법’만 고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AI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