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가 지난달 2일 서울 서초구 서초한샘빌딩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을 나오고 있다. 정효진 기자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국방부가 2023년 8월2일 채 상병 순직사건 초동조사 기록을 경찰로부터 회수하도록 조치한 것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 결과를 보고 받고서 ‘상급자 처벌’ 문제를 거론하며 격노한 데 이어 경찰로 이첩했던 수사기록을 다시 가져오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번주 중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불러 관련 부분을 추가로 물을 방침이다.
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실장과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임기훈 전 안보실 비서관 등에 대한 조사 내용을 종합해 잠정적으로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 8월2일 당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국방부의 채 상병 순직사건 초동조사 기록 이첩 보류 지시가 부당하다고 보고 경북경찰청으로 사건 이첩을 강행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같은 날 이 기록을 회수해 오면서 수사외압 논란이 일었다.
특검팀은 박 대령이 이 기록을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한 이후 윤 전 대통령이 임 전 비서관을 질책한 정황을 확인했다. 윤 전 대통령과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 수사단이 기록을 경찰에 이첩한 이후인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5분에 4분51초간 통화했다. 특검팀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때 윤 전 대통령은 임 전 비서관에게 해병대 상급자가 업무상과실치사의 혐의자로 특정된 기록이 경찰에 넘어간 사실을 거론하며 ‘왜 이 기록이 그대로 경찰에 넘어갔느냐’는 취지로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원 전 비서관은 자신에게 이 기록을 회수하도록 지시한 대상이 조태용 전 실장이라고 특검에서 진술했다. 조 전 실장이 자신에게 전화로 ‘경북경찰청으로 넘어간 채 상병 사건 초동조사기록을 도로 가져올 방법을 알아보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오는 8일 조 전 실장을 다시 불러 이 전 비서관의 진술을 제시하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기록 회수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재확인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의 진술을 종합했을 때, 조 전 실장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기록 회수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심한다.
한편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대통령실·국방부 주요 사건 관계인들의 비화폰과 통신내역의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특검팀은 이번주 중으로 대통령경호처와 국군지휘통신사령부로부터 이 내역들을 모두 제출받을 예정이다. 김 여사의 비화폰은 초기화된 상태로 특검에 제출됐는데, 특검팀은 이 비화폰이 언제, 어떤 경위로 초기화됐는지 등도 파악하고 있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또 다른 비화폰을 사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