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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군 나무’를 돌아보아야 할 이유

입력 2025.08.04 20:58

수정 2025.08.0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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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박계리 느티나무

영동 박계리 느티나무

충북 영동군 학산면 박계리 마을 어귀에는 ‘독립군 나무’라는 비장한 이름으로 불리는 늙은 느티나무가 있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들의 비밀 연락 거점이었던 역사를 간직한 까닭에 붙은 이름이다.

나무 나이 370년, 나무 높이 20m의 이 나무는 생물학적 잣대로만 보면 평범한 느티나무 노거수일 뿐이다. 뿌리에서 올라온 줄기가 둘로 갈라진 생김새가 조금 별나게 보일 뿐 특별히 아름다운 것도, 주변 경관이 빼어난 것도 아니다.

이 나무의 진정한 가치는 겉모습이 아니라 나무에 스며든 사회문화적, 역사적 사연에 있다. 일제강점기에 이 지역은 서울과 남부지방을 잇는 중요한 길목이었다. 전국의 독립운동가들을 연합하기 위해 꼭 필요한 교두보였던 것이다. 자연히 일본 순사의 감시는 삼엄했고, 독립운동가들이 이 지역을 통과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다.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박계리 사람들은 기지를 발휘했다.

멀리서도 훤히 바라다보이는 마을 어귀의 큰 나무를 신호로 삼은 것이다. 일제의 감시가 느슨해지는 틈을 멀리 숨어 있는 독립군에게 알리기 위해 나뭇가지에 약속한 빛깔의 헝겊을 걸어 신호를 보냈다. 나뭇가지에 걸린 헝겊을 확인한 독립군은 삼엄한 감시를 피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특히 3·1운동 때에는 서울에서 제작한 독립선언문을 남부지방으로 전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사람이 할 수 없던 일을, 나무가 자신의 온몸을 내어줘 가능하게 한 것이다.

‘독립군 나무’라는 이름의 ‘영동 박계리 느티나무’는 생물학적 유산이 아니다. 말없이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서 있는 나무는 이 땅의 독립을 되찾기 위해 이 땅의 모든 민중이 치열하게 벌여온 민족 해방운동의 역사를 증언하는 인문학적 유산이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독립군 나무’를 돌아보는 건 목숨 바쳐 이 땅의 독립을 위해 싸워온 민중의 지혜로운 투쟁사를 돌아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역사 속에 찬란히 빛나야 할 소중한 민족문화유산이다. 나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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