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경제 낙관론을 경고한 국무조정실 내부 보고서가 나왔다. 객관적으로 단기간에 경제가 좋아질 수 없는 여건이니 ‘희망 고문’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경제는 심리라지만 근거 없는 낙관은 결과적으로 국민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전임 윤석열 정부가 그랬다.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리스크에 민생이 피폐하고 성장률이 급락했지만 12·3 비상계엄 직전까지도 낙관론을 펼쳤고, 그 참혹한 후과를 지금 온 국민이 겪고 있다.
경향신문이 4일 입수한 국무조정실의 ‘당면한 한국경제 상황 진단’ 보고서를 보면, 최근 한국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갈 정도로 어려운 구조적·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거시적으론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잠재 정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미시적으론 제조업 쇠퇴 등으로 산업·기술 경쟁력이 약화했다. 부동산·교육 불평등과 인구 감소 및 지방 소멸 등으로 경제 활력이 저하했으며, 가계 부채 악화와 청년 일자리 축소 등으로 경제의 기초 체력이 크게 떨어졌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을 국민이 명확하게 인식하고 공유하는 게 경제 재도약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주가가 상승하고 경제 회복에 기대감이 일고 있지만, 전반적인 여건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서 더 나빠졌음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 7월29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수정했다. 기존 4월 전망(1.0%)에서 0.2%포인트나 낮췄다. 경제 실상을 피부로 체감하는 기업들의 전망은 매우 어둡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조업체 2186개사 대상으로 ‘신사업 추진현황 및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10곳 중 8곳은 주력 제품의 시장이 ‘레드오션’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10곳 중 6곳은 기존 사업의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아이템이 없거나 자금 부족으로 신사업을 추진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정부는 정확한 진단과 냉철한 인식,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단기 민생 대책과 중장기 경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현실과 괴리된 낙관론은 공허하고 국민의 화만 돋울 뿐이다. 미국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춘 것도 더는 자랑거리가 아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미국과의 본격적인 관세협상은 이제 시작이다. 10~20년 앞을 내다보고 산업과 수출 전략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7월3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주미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김유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