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장마와 기록적인 폭염으로 여름 제철 과채류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지난달 11일 서울 강서 청과물 시장에 수박과 참외 복숭아 등 여름과일이 놓여있다. 이준헌 기자
7월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폭염 등의 영향으로 수박·시금치를 비롯한 일부 채소류 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고, 가공식품 물가도 4%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8월에도 폭염이 이어지면 ‘먹거리’ 중심으로 물가 불안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6.52(2020년=100)으로 전년동월대비 2.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들어 4월까지 2% 초반대 상승률을 이어가다 지난 5월(1.9%) 1%대로 내려갔다. 이후 6월(2.2%) 한 달 만에 2%대로 복귀한 뒤 두 달째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농축수산물 물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전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2.1% 올라 한 달 전(1.5%)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축산물·수산물 물가가 각각 1년 전보다 3.5%, 7.3% 씩 오른 영향이다. 농산물 물가는 전년대비 0.1% 하락했지만 전월(-1.8%)보다 하락폭은 줄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소비가 늘어난 국산쇠고기(4.9%)와 금어기를 지난 고등어(12.6%) 등의 상승 폭이 컸다. 최근 김 수출이 늘어난 것도 수산물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로 제철 채소·과일류 상승폭도 두드러졌다. 시금치(13.6%), 열무(10.1%), 깻잎(9.5%) 등 더위에 취약한 품목을 중심으로 전년대비 물가가 크게 올랐다. 전월 대비로 보면 시금치(78.4%) 열무(57.1%) 등의 상승폭이 컸다. 이른 더위로 수요가 급증한 수박(20.7%)도 1년 전보다 가격이 크게 올랐다.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0.5% 하락했지만, 전월대비로는 2.0% 상승했다. 특히 신선어개(생선 및 조개류) 물가는 1년 전보다 7.6% 올라 2023년 2월(8.1%)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공식품·외식 물가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7월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대비 4.1% 올라 4개월째 4%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유통업계의 할인행사로 한 달 전(4.6%)보다 상승폭은 줄었지만 행사가 끝나면 다시 상승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외식 물가는 전년대비 3.2% 올라 오히려 상승폭이 전월(3.1%)보다 커졌다.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1.0%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기저효과로 1년 전보다 크게 하락한 영향이다.
8월에도 채소류 등 먹거리 물가 불안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김웅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8월 물가는 집중호우·폭염 등 여파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기상상황에 따라 농축수산물 가격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농축수산물 폭염·폭우피해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정부는 수박 등 폭염·폭우 영향이 큰 품목에 대해 정부 할인지원을 지속 추진하고, 최근 가격이 오른 쌀도 유통업체 협력해 20kg당 3000원씩 할인행사를 열기로 했다.
이 차관은 “기상영향으로 일부 품목 가격 강세가 이어져 서민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며 “각 부처는 가격·수급 변동성을 최소화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