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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멈춰야 할 산업재해

입력 2025.08.05 21:04

수정 2025.08.0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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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 또다시 안타까운 산업재해로 인해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의 소식이 들려왔다. 2022년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의 경영 책임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지만, 사고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의 접근 방식은 우리에게 중요한 반성과 대안을 제시한다.

영국은 1974년 보건안전법 이후, 산재를 예방하는 체계를 꾸준히 발전시켰다. 2008년부터는 기업 과실치사법 및 기업 살인법이 시행돼 중대한 과실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기업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유죄 판결의 비율이 높지 않고, 대부분 소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한 판결이라 법의 실효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2022년은 예외적인 해였다. 알루미늄 재활용업체 직원이 안전장치 미비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회사 측에 30억원대(200만파운드) 벌금이 선고됐고, 음식물 폐기물 업체 직원이 탱크 내에서 익사한 사건에서는 회사 경영진 중 한 명에게 13년 실형이 내려졌다. 법원의 판단은 강경했다. 이는 영국이 법을 소극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증거가 명확한 경우 적극적으로 처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일은 산업안전보건을 법으로 명확히 규정하면서도, 사업장평의회와 재해보험조합을 통해 실질적인 예방과 조치가 이루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사업장마다 설치된 사업장평의회를 통해 안전 문제를 놓고 노사가 동등하게 협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또한 노사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재해보험조합을 두어 산업안전 예방부터 보상까지 전 과정을 자율적으로 관리한다. 산별 조합은 감독관을 두고, 매달 현장을 점검하며, 사고가 발생하면 8시간 이내 조사와 분석을 진행한다. 노동자는 산재를 입증하기 위해 고용주와 다툴 필요가 없고 조합이 직권으로 산재 여부와 보상 수준을 판단한다. 즉 노사가 함께 위험을 평가하고, 안전 조치를 상시 점검·강화하는 구조를 갖췄다.

스웨덴의 접근도 참고할 만하다. 작업환경법은 산재와 관련해 고용주에게 법적 책임을 지우지만, 동시에 현장 노동자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안전대표 제도로,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한을 통해 위험을 보고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산재를 다루는 작업환경법을 두고 있지만, 스웨덴은 처벌보다는 행정지도를 통한 개선을 우선시한다. 정부는 노사와 협력해 예방 중심 정책, 안전문화 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결과적으로 스웨덴은 유럽 내에서도 산업재해 발생률과 사망률이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 국가들은 산업재해에 대해 단순히 처벌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독일과 스웨덴은 현장 예방 자율관리, 영국은 실질적 책임을 묻는 법 집행으로 대응한다.

한국은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강한 법적 틀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현장 중심의 예방 체계는 미흡하다. 이제는 법의 존재를 넘어 현장의 변화가 필요하다. 경영진은 안전을 ‘당위’로 여기고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정부는 예방을 지원하는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노동자 역시 수동적인 보호 대상이 아니라 위험을 함께 관리하는 주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안전한 일터가 당연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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