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높이 날고 오래 버티는 ‘산지니’
산지니 출판사 강수걸 대표. 본인 제공
산속에서 자라 오랜 해를 묵은 매로서 가장 높이 날고 가장 오래 버티는 매. 산지니다. 부산에서 올해로 20년을 버텨온 출판사의 이름이기도 하다. 지역의 문화를 전국을 넘어 세계로 소개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자리를 지켜온 강수걸 대표를 지난 4일 전화로 만났다.
산지니는 최근 조갑상 소설가의 신작 소설집 <도항> 냈다. 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는 부산을 대표하는 문인으로 불린다. 산지니와도 인연이 깊다. 2006년 출판한 <이야기를 걷다 : 소설 속을 걸어 부산을 보다>가 조 작가의 책이다. 이후에도 함께 몇몇 책을 더 냈다. 2012년 발표한 <밤의 눈>은 이듬해 제28회 만해문학상 수상작이 됐다. 작가와 출판사가 함께 성장하는 일이었다.
조 작가와의 인연으로 여러 문인들과도 교류하게 됐다. 2008년 김곰치의 첫 장편소설 <빛>을 냈다. 강 대표는 “작가가 1999년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하고 한동안 작품 활동이 없었다. 원래 1995년에 부산일보로 등단했는데 당시 심사위원이 조갑상 소설가였다. 그게 인연이 돼 알게 됐고 우리 출판사에서 첫 장편이 나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발행한 책은 약 900종이다. 문학은 200여 종 정도 된다. 전체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출판사가 문학, 특히 지역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은 여기저기에서 느껴진다.
2020년부터 발행하기 시작한 비평지 ‘문학/사상’을 봐도 그렇다. 잡지는 ‘주류 담론이 들여다보지 않는 문제를 관점으로 가져와 문학과 그의 토대가 되는 사상의 지형을 뒤흔든다는 기획’ 아래 창간됐다. 1년에 두번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발행된다. 서울에서 오랫동안 발행한 문예지도 버티기 어려운 출판 시장에서 부산의 작은 출판사가 비평지를 내고 5년째 유지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그는 “로컬에 있다 보면 지역이라든가 주변부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런 걸 담론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비평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창간했다”며 “처음엔 비평만 실었는데, 이제 시나 소설 같은 창작품도 싣는다. 주로 지역의 작가나 지역의 이야기를 하는 일들에게 지면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출판 작업이 꼭 서울에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업종은 아니기에 부산에 있다는 것이 큰 걸림돌은 아니다. 다만 가끔 아쉬울 때가 있다. 최근 <도항>의 기자간담회를 서울에서 열었다. 아무래도 부산에서 간담회를 열면 서울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매체가 참여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2018년 발표한 정영선 작가의 장편 <생각하는 사람들>은 말레이시아에 판권 수출을 했다. 아시아총서, 중국근현대사상총서 등 기획 출판물도 시리즈로 출간 중이다.
시인선도 내고 있다. 2014년 최영철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를 1번으로 출간했다. 현재 24번째로 윤동재 시인의 <룸비니 보리수나무 아래서 부처를 묻다>까지 나왔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지역 출판사들이 모여 2016년부터 활동 중인 ‘한국지역출판연대’ 활동도 강 대표가 집중하는 사안인다. 정부에 지역 출판 예산 확보를 요청하거나 지역 도서전을 개최하는 등 지역 문화와 출판 업계 발전을 위한 고민을 나눈다.
2015년 10주년을 맞아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라는 책을 냈다. 올해도 20주년을 맞아 책을 준비 중이다. 문학과 인문학을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 대표는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출판계에 호황이 왔다고 하지만 일부의 얘기고 한강 작가의 책이 없는 곳은 여전히 어려웠다. 출판사가 이익만 보고서는 할 수 없다. 지역 문화를 발굴해 내는 일도 우리의 역할이라 생각한다”며 “직원들과 여러 얘기를 했는데, ‘문학이란 부르면 나오는 친구 같은 존재’라고 말이 나왔다. 그런 역할을 산지니가 부산에서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산지니가 출판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