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한국 만세!’를 외치는, 일종의 애국심을 북돋는 콘텐츠가 많다. 그중 ‘K급식’에 대한 경탄을 담은 콘텐츠도 인기다. 불 위에서 지지고 볶는 한국 학교급식에 놀라며 오븐에 기성품을 데우는 자국(특히 미국)의 급식과 비교하는 내용이 주다. 녹아나는 급식 조리 종사자들의 실태를 자세히 모르니 맛있고 따뜻한 급식 메뉴에 놀랄 만하다.
한국 학교급식의 진정한 성취는 무상급식과 친환경급식 두 축이다. 1998년 구제금융 사태로 나라 형편이 말이 아닐 때 시작한 학교급식은 본래 유상이었다. 급식비를 내지 못해 서러움을 겪는 학생들의 사연은 단골 뉴스거리였다. 무상급식은 학생들이 점심 한 끼라도 평등하게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민의를 담은 민주주의의 성취다.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시장직을 걸었다 물러난 이유도 학교급식의 민주주의적 가치와 역사를 우습게 보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친환경급식이라는 가치가 더해졌다. 친환경급식은 학생, 농민, 지구의 건강을 챙기는 일이다.
경기도는 일찌감치 친환경 무상급식의 규준을 만들어왔다. 경기도가 검증하는 도내 1200여곳의 친환경 농가가 계약재배를 하고 농산물을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이라는 공공기관을 통해 학교와 군대에 공급한다. 이윤을 낼 필요가 없으므로 설립 목적에 맞게 농수산업을 진흥하고 학생들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친환경 농산물을 원활하게 제공하는 공공의 역할을 맡는다.
극한기후에서 제초제, 살균·살충제를 쓰지 않고 친환경 농업을 이어가는 일은 매우 고되다. 일반 농산물보다 모양은 빠지고 값은 더 비싸 일반시장에서는 외면하지만 학교급식에서는 대환영이다. 안전과 신선도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하여 경기도 친환경 농민도 학교급식을 믿고 농사짓는다. 실제로 지난달 인도네시아의 칼리만탄공과대학과 보고르대학에서 경기도의 친환경 학교급식 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명실상부 K급식의 전성시대를 경기도가 열고 있다.
그런데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왜 그럴까. 방학 중인 지난 7월24일 예산 절감을 이유로 경쟁입찰 도입을 종용했다. 공공기관인 경기농수산진흥원은 ‘독점 공급업체’이니 앞으로는 최저가를 적어낸 업체를 선정하라는 뜻이다. 또 지금까지는 1개월 단위로 식단을 구성해 식재료를 구매해왔는데 앞으로는 2개월 이상 단위로 식단을 짜라는 무리수까지 두었다. 임태희 교육감은 이에 대한 항의가 잇따르자 8월7일 일단 보류 결정을 내렸다.
계절의 진폭이 큰 농산물 수급을 이런 극한기후 속에서 두 달 전에 예측하라니 가당치도 않다. 결국 수입 농산물을 원료로 한 냉동가공식품을 쓸 수 있도록 길을 트는 것이고 종당에는 공공급식의 시장화, 민영화의 마각을 드러낸 것이다. 여기에는 공공성보다는 경쟁과 자율을 내세우는 보수 교육감에게 친환경 농민들이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속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업도 사람 적으면 장사를 접는다. 그간 경기도 격오지 학교에서는 급식 물품을 구매하려 입찰을 공고해도 참여하는 업체가 없어 경쟁은커녕 입찰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학교, 학생, 학부모 모두 받아들이기 힘든 무리수를 임태희 교육감이 강행하려는 이유가 자못 궁금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감 재선이나 경기도지사 출마설까지 나오고 있는 임태희 교육감이 지금 시기에 학교급식을 물고 늘어지는지 이유는 빤하다. 교육조차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준비된 시장주의 보수 정치인이라는 것을 보수 세력에 각인시키려는 것이다.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면, 다들 부러워하는 경기도 친환경 학교급식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 예산을 아끼겠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