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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의 옷②]‘꾸알못’ 성시경의 패션자립을 위해…좀 기다려도 ‘좋을 텐데’

입력 2025.08.09 15:00

  • 이문연 옷경영 코치
셔츠나 남방의 어깨선을 맞췄을 때(왼쪽)와 그렇지 않았을 때 스타일이 달라진다. 옷의 어깨선과 자신의 어깨점이 맞으면 슬림하고 정돈된 느낌을 준다. 성시경 유튜브 캡처

셔츠나 남방의 어깨선을 맞췄을 때(왼쪽)와 그렇지 않았을 때 스타일이 달라진다. 옷의 어깨선과 자신의 어깨점이 맞으면 슬림하고 정돈된 느낌을 준다. 성시경 유튜브 캡처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다면 그 삶에 안주할 것 같은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참 많다. 성시경만 해도 남다른 요리 솜씨로 자신만의 레시피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더니 까다로운 미각으로 ‘먹을 텐데’를, 아무도 태클 걸 사람 없는 본업으로 ‘부를 텐데’를, 오랜 방송 경험과 진지하면서도 ‘아재스러운’(난 그의 아재 개그가 너무 재밌다) 입담으로 ‘만날 텐데’를 진행 중이다. 어느 날 그는 생각했단다. 지금까지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방송 위주로 했다면, 이제부터는 ‘잘 못하는 것’도 해보면 어떨까 한다고.

최근 시작한(8월 초 현재 벌써 8회차) ‘꾸밀 텐데’에는 자칭 ‘꾸알못(꾸미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자, ‘패션 똥손’ ‘쇼핑 포비아’인 그가 중년과 노년에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도 ‘나다운 멋’으로 편하게 입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니 응원하는 마음으로 시청했다.

3회차까지 보았을 때다. 성시경의 패션 자립을 돕는 선생님이자 코치로 그의 방송 담당 스타일리스트가 함께 나왔다. 그런데 댓글이 심상치 않았다. 스타일리스트의 안목이 너무 별로라는 것이다. 매력을 살리기보다는 반감시키는 스타일링이 많다며 ‘패션 시어머니들’이 등판한 것이다. 오래전 ‘옷 잘 입는 친구가 모르는 것’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개인 스타일링의 핵심은 옷은 입는 사람에게 어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입는 사람의 기질과 성향에 맞으며 그의 삶(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옷 잘 입는 친구는 자신의 기준과 취향대로 옷을 골라주므로 의외로 적합한 패션 코치는 아니라는 내용을 담았다.

패션 팁은 인터넷에 넘쳐난다. 하지만 그것을 자신에게 맞게, 즉 ‘패션 자립’ 할 수 있도록 적용하는 건 완전 다른 문제다. 배운다는 건 체화하는 것이며 그렇기에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내가 봐도 성시경의 스타일리스트는 ‘(나에게 맞고, 내가 원하는) 나를 표현하는 스타일링 연출’에 대해 배우기에 적합한 선생님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3가지다. 첫 번째는 의뢰인의 기질을 고려하지 않는 점이다. 성시경은 많은 옷을 원하지 않는다. 그는 계절별 딱 필요한 아이템으로 꾸미는 실용적인 멋을 추구하는 듯 보이는데 스타일리스트는 옷을 자꾸 채우려고 한다. 두 번째는 트렌디한 아이템을 추천한다. 성시경은 요즘 유행인 무늬가 큰 패턴이나 동적인 분위기를 내는 색상의 옷보다는 약간의 포인트만 있는 정적인 분위기의 색상이 잘 어울린다. 물론 유행 아이템을 시도해보고 배우는 것은 좋다. 하지만 배우는 것과 진짜 옷장에 채워서 입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세 번째는 그의 안목을 개발시키지 못한다는 데 있다. ‘꾸밀 텐데’를 집중해서 보면 성시경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착장을 바로 알아채고 “마음에 든다”라고 말한다. 나다운 멋을 찾기 위해서는 처음 시도하는 옷이라도(꾸알못은 경험의 영역이 좁은 경우가 많다) 입었을 때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드는 착장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렇게 취향과 안목을 일깨우고 개발할 때 패션 자립이 시작된다.

자 그러면 ‘스타일리스트를 제발 바꾸라’는 댓글은 괜찮은가? 1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명의 패션 안목이 있다. 그리고 세상에 훈수 두는 것만큼 쉬운 것도 없다. 성시경이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을 받아 ‘짠’하고 멋있는 스타일링을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도 이해되지만 어떤 공부든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무언가를 공부한다는 건 호박을 마차로 바꾸는 신데렐라 속 마술봉처럼 순식간에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지금까지 다양한 패션 프로그램에서 전문가의 손을 거쳐 변신하는 ‘비포 & 애프터’만 봐왔다. 패션 도파민에 길들여진 것이다. 하지만 성시경은 ‘꾸밀 텐데’ 시작 영상에서 분명히 말했다. ‘꾸알못이지만 패션을 배우고 싶다’라고.

‘꾸밀 텐데’의 댓글에서 공부에 대한 결과 중심적 사고방식을 발견했다. 물론 댓글을 쓴 구독자들도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고, 패션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성시경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생산적인 방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건강한 훈수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나 역시 그가 다양한 전문가에게 배우는 ‘꾸밀 텐데’를 기다리는 중이다. 모두에게는 잘하고 싶은 분야의 ‘알못’인 시절이 있었다. 즉각적인 성취보다 단계별 성장의 즐거움을 누리자. ‘알못’의 공부는 그래야 한다.

■이문연

[셀럽의 옷②]‘꾸알못’ 성시경의 패션자립을 위해…좀 기다려도 ‘좋을 텐데’

옷경영 코치. 건강한 맵시 연구소를 통해 개인 코칭과 교육을 진행하며 글도 쓴다. <주말엔 옷장 정리>, <문제는 옷습관>, <불혹, 옷에 지배받지 않고 나를 표현하는 법>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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