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개심이 가득한 눈, 부르르 떨리는 몸, 당장이라도 자녀를 내놓지 않으면 뭐라도 할 것 같은 고압적인 태도에 대화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업무가 방해될 정도로 반복해서 전화를 걸고, ‘띵동’이 유인해서 사라진 자기 자녀를 찾겠다며 고소를 운운한 부모가 눈앞에 섰다.
처음 만나는 자리였지만, 인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경찰을 불러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 정도의 분위기였다.
결국 청소년 성소수자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자녀는 또래 친구들과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언젠가 후회하겠지.”
깊은 한숨과 함께 혼자 내뱉었던 말이었다. 성별 정체성을 찾아가는 고단한 여정에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는 부모의 태도를 직접 보고 있자니, 힘겹게 집으로 돌아갔을 청소년 성소수자의 안전이 매우 걱정됐다.
탈가정한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부모와 통화를 한 띵동 활동가가 순간 울음을 터뜨렸다. 모욕감을 느낄 정도로, 일방적으로 소리를 질러댔던 부모는 통화 내용을 녹음해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자녀의 안위는 중요하지 않았고, 모든 것을 띵동의 책임으로 돌리기에 바빴다.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며 응대했지만 부모를 설득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부모는 성별 분리적인 학교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자녀의 상황엔 공감하지 못했다. 학교에 화장실 이용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요구를 직접 했는데 부모로부터 학교를 괴롭히지 말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고, 띵동은 학생을 조종한 나쁜 단체로 낙인찍혔다. 결국 성별 정체성을 존중받고 싶다는 작은 바람을 이루지 못한 채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는 부모의 요구를 피해 잠시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평생 책임지실 거예요?” 성소수자 부모에게서 종종 듣는 말이다. 끝까지 책임지지 않을 거라면 상담을 시작하지도 말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그 누구도 한 개인의 삶을 책임질 수 없다. 띵동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기 위해, 오히려 ‘스스로 책임지는 힘’을 키워나갈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부모는 ‘책임’이라는 말로 겁박하지만, 정작 자녀의 고민을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책임에 대해서는 쉽게 외면하고 있다. 바른길로 인도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자녀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정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책임이 아니라 폭력이고 존엄에 대한 부정임을 아직 잘 모른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후회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때면, 띵동이 성소수자 자녀를 유인하거나 조종했다는 식의 나쁜 단체라는 오명도 벗을 수 있지 않을까. 불안과 분노로 가득 차 있는 성소수자 부모들이 책임을 덜어내는 순간, 자녀는 성소수자 친구를 즐겁게 만날 수 있고 차별에 맞선 용기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