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언론·사법 개혁은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며 언론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했다. 그 언론개혁의 가닥은 국민의 언론 주권 확대의 세 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의 주권을 제도화했다. 국민이 사장 선임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이사회도 정치권을 포함해 학계·직능단체·법조계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하며, 편성위원회 설치와 보도 책임자 임명동의제까지 의무화해 내부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법제화했다.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마련돼야겠지만 이 개혁의 줄기는 이제 고비는 넘겼다.
공영방송뿐 아니라 종합편성채널, 신문, 유튜브까지 다양한 미디어들이 공론장에 참여해 여론을 만들고 이끌어 간다. 실제로 공영방송이 여론을 형성하는 영향력은 날로 줄어들고 더 자극적인 유튜브 등에 의해 사회적 공론은 갈가리 찢어지고 혼탁해지면서 민주적 숙의 기반은 취약해졌다. 악의적 허위·조작 정보로 국민의 현실 인식과 판단을 오도하거나 참여를 방해하는 것은 진실을 알아야 할 국민의 언론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언론 주권을 보호하고 잘못된 언론 보도로 국민의 직접적인 권리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언론개혁은 고도의 자율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서 검찰개혁이나 사법개혁보다는 훨씬 조심스럽고, 제도나 정책만으로는 이루기 어려운 민감한 영역이다. 자칫하면 표현의 자유 위축이나 언론 통제 논란이 일기 십상이다. 노무현 정부는 출입기자 제도를 폐지하고 개방형 브리핑룸으로 전환하는 ‘취재지원선진화 시스템’을 추진했지만, 기자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정착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하도록 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했지만, 언론의 반대로 무산됐다. 신중하고 정교하게 추진돼야 하겠지만 그동안 많은 논의가 이뤄져왔기에 이 줄기도 상당히 무르익었다.
그러나 언론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공론장을 건강하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에 대해 거의 언론사가 파산할 만큼의 배상금을 물리는 미국의 언론자유지수는 그다지 높지 않다. ‘국경없는기자회’가 지난 5월 발표한 ‘2025 세계 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으로 얼룩진 한국의 61위보다 조금 앞선 57위에 불과했다.
공론장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진실에 바탕을 둔 다양한 담론이 풍성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더 깊이 있는 진실을 통해 허위, 거짓 그리고 왜곡된 정보들이 공론장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자정적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한 진실은, 우리 앞에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는 드물고, 기자들의 치열한 취재와 탐사로 꽃피운 열매다. ‘미디어 바우처’를 비롯해, 어떤 언론과 보도를 국민이 지원할 것인지를 직접 판단·결정하게 하는 제도를 적극 고려해봄직하다. 그래서 언론과 기자들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놓고 경쟁을 벌여서 더 많은 진실이 발굴되고 더 날카로운 사회비판과 감시가 이루어지는 것이 민주적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일이다. 한 사회의 공적 자산인 공론장의 질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국민 대표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아직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만큼 언론개혁 논의에서 더 집중해야 할 줄기가 될 것이다.
공론장 구성의 역할을 언론에만 맡기고 국민은 단순히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이용하기만 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적극적으로 언론의 정보 생산과 유통 과정에 참여해 공론장 구성의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내는 것이 언론개혁이다. 이것이 국민주권정부 시대에 걸맞다.
정연우 경향신문 독자위원장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