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 강화 방침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이 흔들리는 것이다. 시장 혼선과 정책 신뢰도 하락을 막기 위해서도 명확하고 일관된 과세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1일 국회에서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정부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현행 50억원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했다”고 밝혔다. 전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도 “지금 자본시장 흐름을 우리가 바꾸겠다고 하는 것 아니냐”며 “(10억원 강화는) 메시지가 좀 충돌된다”고 밝혔다고 했다. 세제 개편안 발표 다음날인 지난 1일 코스피지수가 3.88% 급락하자 하루 만에 재검토 방침을 밝히더니 ‘과세 기반 확충’이란 취지에서 한발 더 멀어진 것이다. 정부는 “더 고민하겠다”고 했지만, ‘코스피 5000 시대’와 ‘조세 형평’ 사이에서 결단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셈이다.
한번 원칙이 무너지면 예외는 계속된다. 대주주 기준 논란은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했으면 풀릴 문제였다. 주식·펀드 등 금융상품 거래에서 연 5000만원 이상의 소득이 생기면 누구나 세금을 내도록 해 애당초 과세하지 않는 대주주 기준이 종목당 보유액 10억원이니 50억원이니 하는 논의가 무의미해진다. 또 금투세엔 5년간 금융상품 수익·손실을 상쇄해주는 ‘손익통상’과 금융자산 보유 중에 세금을 안 내도 되는 ‘과세 이연’을 허용해 연말에 양도세를 피하기 위한 대주주들의 ‘매도 폭탄’ 현상도 줄어들 수 있다. 변동성이 큰 주가 흐름에 정책이 뒤바뀌다보면 ‘땜질 처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대주주 양도세로 주가가 하락한다는 건 부자감세로 경기가 호전된다는 ‘낙수효과’만큼이나 검증된 바 없다.
주식 투자 소득에 과세하지 않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주주자본주의 천국이라는 미국조차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최고 37%의 세금을 매긴다. 그런데도 미국 주가지수가 상승하는 건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해 주주 배당 등이 활발하고, 기업의 혁신·성장과 장기 투자 때문이지 세금을 깎아줘서가 아니다. 예금이자와 근로소득도 세금을 낸다.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로 텅 빈 곳간을 물려받았다. 경제 회복과 복지 강화를 위해서는 무너진 세수 기반을 넓히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