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인기 걸그룹으로 등장하는 헌트릭스 멤버들. 넷플릭스 제공
“오래 기다렸어 이 벽들을 허물기까지/ 깨어나 진짜 나를 느끼기까지// 더 이상 숨지 않아, 원래 그리 태어난 것처럼 난 빛날 거야/ 함께일 때 우리는 빛나고 있어/ 반드시 황금처럼 빛날 거야”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골든’은 불안한 미래 앞에서도 움츠러들지 않는 세 소녀의 꿈과 용기·연대의 노래다. 실상 영화 자체가 이들의 성장 서사를 뼈대로 하고 있다.
‘골든’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빌보드 차트 ‘핫100’ 정상에 올랐다. 지난 1일 영국 ‘톱100’ 1위까지, 영·미 양대 차트를 석권한 첫 K팝이 됐다. ‘골든’은 아홉번째 핫100 1위 K팝이지만 여성 가수 노래로는 처음이다. 지난달 초 81위로 데뷔한 후 ‘케데헌 현상’이라 할 영화 흥행에 힘입어 1위까지 질주했다. 특유의 ‘빛나는’ 고음구간으로 국내외 실력파 가수들이 커버 영상을 올리는 ‘천하제일 골든대회’가 온라인상에서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영화 <케데헌>과 ‘골든’의 비범성은 그 내용이 한국적이지만 한국만의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K팝과 무속·혼·민화 같은 ‘찐한’ 한국적 소재에 두 세계를 사는 이민자의 정체성, 글로벌 문화자본의 힘이 한데 녹아 있다. 거기에 세계인의 공감이 더해지면서 ‘열풍’이 되었다.
영화를 연출한 매기 강 감독이나 ‘골든’을 작곡·노래한 이재,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 등은 모두 한국계 이민 2세대들이다. 이들의 이중 정체성은 한국적 세계관이 동시대 세계인, 특히 MZ세대 여성들과 만나는 통로가 됐다. 투자·제작사는 미국계 회사인 넷플릭스와 할리우드의 소니 픽처스다. <케데헌>이나 ‘골든’은 한국을 소재로 세계가 만든 창작이라 할 만하다. ‘한국적 세계관’ 자체가 한류로 확장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문화가 세계인들에게 하나의 소재가 되고 영감이 되는 시대다. 19세기 중엽 유럽의 인상파 화가들이 일본의 우키요에 판화에 영향을 받으며 ‘자포니즘’에 열광했듯 말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80여년 전 조국 광복을 위해 노심초사하면서도 ‘한없이 문화의 힘이 높은 나라’를 소망했다. 한국 문화의 여정이 세계 문화 변방에서 중심을 향한 도전이라 할 때, 사흘 뒤 맞을 광복 80년의 영광 속에는 한류도 서 있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