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AI’ 개발전에 뛰어든 SK텔레콤 컨소시엄의 조동연 이노베이티브 모델 담당(부사장·50)과 김태윤 파운데이션 모델 담당(부사장·51). SK텔레콤 제공
“사용자들이 편안하게 쓸 수 있느냐가 결국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유의 해킹 사태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던 SK텔레콤이 ‘국가대표 인공지능(AI)’ 개발 5개 팀에 들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2200만명에게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주축인 팀이어서일까. SK텔레콤 컨소시엄은 ‘쓰기 편한’ AI 모델을 강조하면서 이를 뒷받침 할 기술력과 노하우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7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 사무실에서 조동연 이노베이티브 모델 담당(부사장·50)을 만나 ‘국가대표 AI’ 모델 개발에 임하는 각오를 들었다. 컨소시엄을 총괄하는 김태윤 파운데이션 모델 담당(부사장·51)에게는 서면 답변을 추가로 받았다.
“저희는 어느날 갑자기 AI 모델 개발을 하게 된 게 아니에요. 그랬다면 다섯 팀 안에 없었겠죠.” (조 부사장)
SK텔레콤에 따르면 이들의 AI 연구엔 나름의 역사가 있다. 본격적인 시작은 ‘GPT 쇼크’였다. GPT3(챗GPT 기반이 된 AI 모델)가 세상에 나오고 2년 후인 2022년 자체 AI 모델 에이닷엑스(A.X)를 선보였다. 에이닷엑스가 ‘핵심 엔진’인 AI 통화비서 ‘에이닷’은 통화요약 기능이 널리 알려져 최근 가입자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이들은 다수 시민에게 친숙한 AI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컸다.
“인공지능 성능지표(벤치마크)에서 ‘우리가 어디를 이겼어요’ 하는 것과 ‘써 보니 좋더라’ 하는 얘기를 듣는 건 별개입니다. 저희는 일상에서 유용한 AI 모델을 만들겠습니다.”(김 부사장)
사실 업계에선 이들의 ‘본선행’이 의외라는 반응도 적잖았다. ‘에이닷엑스 3.1’은 기초부터 설계한 편에 속하지만 이보다 성능이 더 좋은 ‘에이닷엑스 4.0’은 중국 알리바바의 AI 모델 ‘큐원(Qwen)’을 조정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조 부사장은 “(큐원 모델을) 그냥 가져와서 썼다고 생각하는데 앞서 학습시킨 걸 잊어버리지 않게 하면서 다시 학습을 시키는 것도 어려운 기술”이라며 “(자체 개발과 외부 모델 조정 등) 투 트랙을 해온 게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첨단 기술을 내재화하는 노력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감은 야심찬 목표로 이어졌다. 현재 상용화되어 있는 AI 모델은 대부분 ‘트랜스포머’라는 인공신경망 구조에 바탕하고 있다. ‘생성형 AI’ 하면 떠오르는 챗GPT 뜻 자체가 ‘대화를(Chat) 생성하는(Gegerative) 사전 학습된(Pre-trained) 트랜스포머(Transformer)’다. 해외 빅테크들이 성능을 더 끌어올린 차세대 구조를 연구하고 있지만 대규모로 상용화된 사례는 아직 찾기 힘들다.
SK텔레콤 컨소시엄은 이런 상황에서 ‘포스트 트랜스포머’에 도전해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 심사 때 “진짜 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지만 서울대·카이스트 연구진과 합심하겠다는 전략이 심사위원들을 설득시킨 것으로 보인다.
한국적 AI 모델이 꼭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엔 “국내 서비스 환경과 산업 특성에 맞추려면 처음부터 우리 요구사항이 깊이 반영된 모델이 필요하다”(조 부사장)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부사장은 실용적인 답변도 덧붙였다. “에이닷으로 하루 5000만 콜까지 처리하는데 외부 모델로는 연간 수백억원을 감당해야 합니다. 비용 면에서도 자체 기술이 필요합니다.”
‘국내 AI 생태계 강화에도 기여하겠다’는 목표로 다양한 층위의 AI 기업을 모은 점도 눈에 띈다. AI 반도체 제작사 ‘리벨리온’, 전문정보 검색으로 호평을 받는 AI 에이전트 ‘라이너’, 게임 특화 AI 기술을 개발하는 ‘크래프톤’, 모빌리티 AI 부문의 ‘포티투닷’ 등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트랜스포머든 포스트 트랜스포머든 핵심 원리는 주어진 문장에 이어질 적절한 단어를 확률적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앞으로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SK텔레콤에 이어질 단어는 ‘해킹 사태’를 넘어 ‘AI’가 될 수 있을까. 이들이 보여줄 역량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