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하미 학살 사건 피해자들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각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 2심에서 패소한 가운데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당사자인 응우옌티탄씨가 화상으로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사건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 법원에서 재차 나왔다. 해외에서 외국 국적자에게 저지른 사건은 진화위의 소관이 아니라는 취지다.
13일 서울고법 행정11-1부(재판장 최수환)는 베트남 하미 학살 피해자 응우옌티탄(68) 등 5명이 진화위를 상대로 “신청 각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응우옌티탄은 1968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 사건의 피해자다. 당시 한국군이 하미 마을 민간인 주민 151명을 살해했는데 그 중 응우옌티탄의 어머니와 남동생 등 가족들이 있었다. 그는 2022년 4월 진화위에 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해달라며 신청했지만, 이듬해 각하됐다. “전쟁 시 외국에서 외국인에 대해 발생한 사건으로까지 확대해 진실규명을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에 응우옌티탄 등은 각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까지 냈으나, 지난해 6월 1심 법원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진화위법)의 입법 취지는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이 침해된 경우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라는 이유였다. 이날 항소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베트남전 하미 학살 사건 피해자들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각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 2심에서 패소한 가운데 1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원고 측 소송대리인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임재성 변호사가 입장을 말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항소심 선고 이후 원고 측 소송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도 외국에서 벌어졌다면 진실규명 대상이 아니라는 건 굉장히 비상식적인 판단”이라며 “대한민국의 과거사 청산의 본질은 피해자가 자국민일 때만 작동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과 비판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베트남에서 화상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응우옌티탄은 “너무나 실망이고 슬펐다. 재판부가 피해자들에 대해 무감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심정을 전했다. 이어 “내가 죽기 전에 진실규명이 되길 바랐는데 이번엔 안됐다. 하지만 포기하진 않겠다”며 “저희 이야기가 묻히지 않도록 상고하고, 다음 진화위에도 진실규명을 요청하고 마지막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