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메구미 일본 쓰루가시마 시의원이 지난달 23일 개인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영상을 통해 전날 시 홈페이지에 접수된 ‘살해 예고’에 대해 비판 발언을 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일본의 한 시의회가 차별 반대 발언을 꾸준히 해온 소속 시의원에게 발언 자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이례적으로 통과시켰다고 13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해당 의원 활동에 불만을 품은 일부 주민이 시의회를 폭파하겠다고 위협한 데 따른 것이다. 국가 기관이 위법성 있는 과격 행동에 굴복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사이타마현 쓰루가시마 시의회는 지난 4일 후쿠시마 메구미 시의원에 대해 의원 직함을 내건 채 공개 발언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결의를 정원 18명 중 14명 찬성으로 채택했다. 결의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의회 차원의 의사를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기능을 한다.
44세 후쿠시마 의원은 2023년 시의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처음 당선됐다. 당선 후 엑스, 유튜브 등에서 시의원 신분을 밝힌 채 재일 쿠르드인 등 외국인 차별 반대,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 반대 등 주장을 꾸준히 개진해 시 안팎에서 주목받았다.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운 참정당을 향해서도 비판 목소리를 내왔다.
일부 시민은 그 주장이 탐탁지 않다는 이유로 시청 및 시의회에 전화·e메일로 민원을 제기했다. 특히 지난 5월부터 그 수가 크게 늘어 7월 말까지 “의원직을 사퇴하라”는 등 의견 접수가 약 150건에 달했다.
절정은 지난달 22일 밤이었다. 시 e메일로 “7월 안에 후쿠시마 메구미를 납치해 칼로 찔러 죽일 것이다. 7월25일 13시엔 시청을 폭파하겠다”는 메시지가 왔다. 혹시 모를 위험을 우려해 시는 이달 초 예정했던 어린이 모의 의회 행사를 취소했다. 시의회는 즉각 “시청 업무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는 등 이유로 결의 채택 논의를 시작했다. 결의 채택은 그로부터 약 열흘 만이었다.
결의안 통과 이후 쓰루가시마 시의회에는 “언론 자유를 방해하느냐”는 등 비판 의견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후쿠시마 의원은 “쓰루가시마 시의회의 대응에 실망했다”며 “공격을 받지 않기 위해 ‘입을 닫아야 한다’는 말에 응할 수 없다. 앞으로도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7일엔 엑스에 “‘노 헤이트(NO HATE), 차별 그만’ 목소리를 계속 올릴 것”이라고 적었다.
비슷한 상황에 다른 길을 선택한 의회도 있다. 가나가와현 가와사키 시의회는 헤이트 스피치 근절을 요구해 온 여성 시의원을 상대로 지난달 22일 살해 위협이 발생하자 그달 말 의장 명의로 “언론 활동에 대한 신체적·물리적 공격은 암시만으로도 위축 효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의회제 민주주의의 전제를 파괴하는 행위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시다 요코 무사시노미술대 헌법학 교수는 “의원에게 있어 SNS나 거리에서의 발언은 중요한 표현의 방식이며 직책을 명시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에 포함된다. (결의는) 가해자 측에 성공 경험을 부여하고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언론의 자유에 심각한 왜곡을 초래했다”며 “의회가 자발적으로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아사히에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