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에 휩쓸린 차에서 운전자 숨진 채 발견
포천, 인천에선 빗길 차량 사고로 2명 사망
집중호우가 내린 13일 서울 노원구 동부간선도로 월계3교 지하차도가 중랑천 물이 범람해 침수되어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간당 최대 150㎜에 가까운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차량이 급류에 휩쓸려 운전자가 사망하는 등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주택과 도로가 침수되고 철도 운행이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등 시설 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기상청에 따르면 오후 5시 기준 누적 강수량은 경기 김포 227.5㎜, 인천 옹진 장봉도 223㎜, 서울 김포공항 216.8㎜, 고양 주교 212.5㎜, 강원 철원 117.4㎜ 등이다.
인천 옹진군 덕적도(덕적면 북리)에는 이날 오전 8시14분부터 오전 9시14분까지 1시간 동안 149.2㎜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고양 덕양구 현천동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정오까지 105.0㎜ 비가 내린 것으로 기록됐다. 비슷한 시각 서울 은평구과 경기 김포시에서는 시간당 강우량 103.5㎜와 101.5㎜ 극한호우가 관측됐다.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인명·시설피해 등이 잇따랐다.
경기 김포에서는 실종된 운전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후 12시14분쯤 경기 김포시 고촌읍 대보천에서는 “(지인의) 차가 떠내려가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신고가 119에 들어왔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 일대를 수색해 오후 5시55분쯤 사고 지점에서 1㎞ 이내 떨어진 하천에서 차량을 발견했다. 차량 뒷좌석에서 8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운전자를 물 밖으로 구조했으나 숨진 상태였다. 중대본은 자연재난에 의한 인명피해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오전 7시20분쯤 인천 중구 운서동에서 40대 남성이 몰던 차량이 도로 옆 호수로 추락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 당국이 호수에 빠진 차량을 인양했으나 이 남성은 숨진 상태였다.
오전 7시쯤에는 포천시 영북면 도로에서 스포츠 유틸리티(SUV)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신호등을 들이받았다. 사고로 조수석에 있던 70대 여성이 숨지고 운전자가 다쳤다.
오전 9시16분쯤에는 경기 용인시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 마성터널에서 어린이들을 태운 축구교실 버스가 옆으로 전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운전자 포함 19명 중 2명이 중상을 입는 등 총 6명이 다쳤다. 경찰은 빗길 미끄럼 사고로 추정 중이다.
오후 1시20분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 내곡동의 비닐하우스에 침수로 시민 6명이 고립됐다가 119 대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낮 12시30분쯤엔 양주시 만송동 도로에서 차량 3대가 침수돼 총 4명이 탈출했다.
소방구조대원들이 13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내곡동 계곡 인근에서 고립된 시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제공
산사태와 하천 범람 우려로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고, 주택과 도로 침수 등 시설 피해도 컸다.
인천에선 오전 11시20분쯤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 인천역 일대 도로가 물에 잠겨 주변 통행이 통제됐다. 선로에도 물이 차면서 주안역∼부평역 구간의 열차 운행이 한때 중단됐고, 서구 정서진중앙시장과 강남시장이 침수되면서 일대 건물 지하에 있던 시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경기지역에서는 오후 1시 기준 경의중앙선과 경원선 등 철도가 호우로 운행이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포천시와 가평군, 양주시에 산사태 경보가, 파주시와 남양주시에는 산사태 주의보가 각각 내려졌다. 이 밖에 포천천 포천대교, 동두천 송천교, 파주 신우교 등 지역 곳곳의 하천 주변 지역이 범람 우려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서울에서는 시내 하천 29개 전체가 빗물로 수위가 높아지며 오후 2시부터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동대문구 중랑천 중랑교 일대에는 홍수경보가 발령됐다. 은평구 불광동 연신내역 인근은 누런 흙탕물로 한때 잠겼고, 강북구 우이동 도선사 진입로에는 대형 땅 꺼짐(싱크홀)이 발생했다.
중대본은 서울·인천·경기·충남 등에 호우경보가 발표됨에 따라 이날 오후 6시30분부로 풍수해 위기경보를 ‘경계’로 상향하고 중대본 비상근무를 2단계로 격상했다.
14일까지 추가로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비의 양은 수도권·서해5도 50∼150㎜(최대 200㎜ 이상), 강원내륙·산지 30∼100㎜(강원중·북부내륙 최대 150㎜ 이상), 강원북부동해안 10∼40㎜, 강원중·남부동해안 5∼20㎜, 충남북부·충북중부·충북북부 30∼80㎜(충남북부 최대 100㎜ 이상), 대전·세종·충남남부·충북남부 5∼40㎜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윤호중 중대본부장(행안부 장관)은 “지하차도, 하천변 등 침수 취약구간은 선제적으로 통제하고, 반지하주택, 지하주차장 등 상습침수지역 예찰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또 하천이나 계곡 인근의 펜션, 캠핑장, 야영장 등은 급격히 불어난 물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상황관리와 통제, 신속한 대피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