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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갓 쓴 ‘미키마우스 부채’ 본 적 있나요

입력 2025.08.13 20:50

수정 2025.08.1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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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서 3대째 수공예 전통 잇는 공방 ‘죽호바람’

전남 구례의 전통 부채 공방인 ‘죽호바람’에서 김주용 장인이 대숲에서 벌채한 왕대를 손질하고 있다.

전남 구례의 전통 부채 공방인 ‘죽호바람’에서 김주용 장인이 대숲에서 벌채한 왕대를 손질하고 있다.

2002년부터 ‘부채 외길’
전남도 ‘관광두레’ 힘입어
해외 라이선스 계약 체결
전통 공예 현대적 해석에
외국인·MZ 등 큰 호응

가느다란 대나무살이 장인의 손끝을 따라 한 줄 한 줄 결을 갖춰간다. 수십차례에 걸쳐 삶고, 쪼개고, 다듬는 공정을 거쳐야 비로소 한 자루의 부채가 완성된다. 한지를 덧댄 부채 면에는 삿갓을 쓰거나 붓을 든 미키마우스가 등장한다.

전통 수공예에 세계적인 캐릭터를 입힌 이 작품은 전남 구례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전통 부채 공방 ‘죽호바람’에서 제작한 것이다.

13일 오후 찾은 죽호바람 공방은 겉보기엔 오래된 농가주택처럼 소박했지만, 문을 열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벽면에는 100여종의 부채가 정갈하게 걸려 있었다. 안쪽에는 제작이 한창인 작업실이 이어져 있었다. 마당에선 삶아낸 대나무가 수북이 쌓여 햇볕에 말라갔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인물의 자태를 형상화해 만든 부채. 죽호바람 홈페이지 갈무리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인물의 자태를 형상화해 만든 부채. 죽호바람 홈페이지 갈무리

죽호바람은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김주용 장인(49)의 손끝에서 시작됐다. 부채 장인이었던 부친이 병을 앓으면서, 김 장인은 대학을 졸업한 직후인 2002년 가업을 물려받아 지금까지 부채 제작 외길을 걸어오고 있다.

그의 기술에 기획력을 더한 허혜인 대표는 2021년 브랜드를 법인화하며 죽호바람을 전통 공예 기반의 문화콘텐츠 브랜드로 키웠다. 김 장인은 공방에서 약 1㎞ 떨어진 대숲에서 왕대를 벌채하고, 삶고, 발색 등 가공하는 전 과정을 직접 해낸다.

지리산 자락에서 자란 왕대는 결이 곱고 탄성이 뛰어나 전통 부채 제작에 적합하다. 특히 겨울철에 채취한 대나무는 수분 함량이 낮고 병해충 피해가 적어 품질이 우수하다. 대나무를 삶고 말리는 데만 한 달 이상이 걸린다. 가공된 부챗살은 일정 간격으로 배열해 한지를 덧입히고, ‘합축’ 공정까지 거치면 부채로 완성된다. 김 장인은 “시간을 들여야 제대로 된 부채가 나온다”고 말했다.

시골 공방이던 죽호바람이 대중에게 각인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 배경엔 전남도와 전남관광재단이 함께 추진한 지역 관광 프로젝트 ‘관광두레’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을 받아 2019년부터 진행 중인 이 사업은 지역 주민이 주도해 관광사업체를 발굴·육성하는 주민 참여형 협력 모델이다.

죽호바람도 2024년 주민사업체로 선정돼 기획, 브랜딩, 홍보·유통 전반의 지원을 받아 전통 공예를 현대적 콘텐츠로 확장할 기반을 마련했다.

죽호바람은 올해 초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와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적 정서를 입은 미키마우스는 수차례의 시안 조율 끝에 한지 위에 새롭게 디자인됐다. 단순한 컬래버를 넘어 전통 수공예와 세계적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감각적으로 전통을 소비하는 MZ세대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죽호바람의 부채는 현재 온라인 플랫폼 ‘아이디어스’, 북촌 한옥마을 편집숍 등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유통채널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죽호바람은 전통문화 체험 공간으로도 운영된다. 최근 3개월간 800여명이 공방을 방문했다. 지역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단체 체험 문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부챗살을 놓고 한지를 붙이는 공정을 체험하며, 전통 공예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허 대표는 “중국산 부채가 체험 현장에 깔려 있는 현실에서, 국산 수공예 부채를 아이들이 직접 경험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유통 구조를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죽호바람은 전통 공예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한 콘텐츠로 연결하는 행정협력의 성과로도 주목받고 있다.

전남관광재단 관계자는 “죽호바람은 전통의 원형을 지키면서도 시장성과 예술성을 모두 입증한 대표 사례”라며 “장인과 주민이 주도하는 지속 가능한 관광 콘텐츠가 전남 전역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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