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1273명 증언 모아 전범기업에 첫 ‘집단소송’ 제기
광주시가 한평생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의 인권 회복과 일본 측 사죄 요구 활동을 펼쳤던 이금주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장(1920~2021)의 기록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한다.
광주시와 일제 강제동원 시민모임은 13일 “광복 80주년을 맞아 이 회장이 남긴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남편과 1940년 10월 결혼했지만 함께한 기간은 짧았다. 남편은 1942년 11월 일본 해군 군무원으로 태평양전쟁에 강제동원됐다가 이듬해 사망했다. 이 회장은 1988년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를 설립하고 광주지역 회장을 맡았다.
이 회장은 생전에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법원에서 진행한 각종 소송의 경과와 소회를 일기와 회의록 등으로 남겼다. 일제 강제동원 시민모임이 보관하고 있는 이 회장 관련 기록물은 1670점에 달한다.
이 회장은 피해자 1273명의 증언을 수기로 정리해 1992년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에 전범 기업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 1000인 소송’으로 알려진 이 재판은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이 제기한 첫 집단소송이었다.
같은 해 12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3명과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7명 등 10명이 일본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도 도왔다. 한·일 회담 문서 공개 소송,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관련 소송 등 일본을 상대로 한 7건의 소송을 일본 법원에 제기했다.
그가 제기했거나 지원한 소송은 대부분 패소로 끝났다. 이 회장은 일기 등 메모, 회의록으로 소송 과정과 패소 직후 심경 등을 고스란히 남겼다. 이 기록물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 의지를 대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혜경 전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자지원위원회 조사과장은 “이 회장 기록물은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추진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보여주는 유일한 기록물”이라면서 “하루빨리 국가기록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또 일제강점기 여성들이 동원됐던 북구 옛 방직공장 터에 들어서는 역사문화공원에 가칭 ‘일제강제동원시민역사관’을 설립해 이 회장의 기록물을 보존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