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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팔기

입력 2025.08.13 21:21

수정 2025.08.13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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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더위팔기

말복 지나자 폭염이 수그러들기는 했다만 여전히 부채나 선풍기를 끼고 지내야 해. 옛 어른들은 더위를 사고팔았는데(?), 대보름날 아침에 소락때기(큰소리)를 지르면서 “내 더우 내 더우~” 그러면 말대꾸를 하는 사람이 더위를 뒤집어쓴대. “내 더우 폴랑게 째깐 사주소” “까지꺼 일루 줘보소. 지비 더우 하나 못 사줄 꺼싱가.” 그래놓고선 잔뜩 더위에 혼쭐이 나면 “니 더우 내 더위 맞더우~” 이렇게 말하면서 다른 이웃에게 더위를 되팔았대. 더위팔기를 해대는 통에 늦더위가 기승이었다지.

작년 이맘땐 가족들이랑 몽골 들판에 있었다. 전통 천막집 게르 숙소에 여장을 풀고, 바싹 마른 말똥 낙타똥을 그러모아 모닥불을 지폈어. 기다랗게 늘어진 은하수 아래서 양고기에 보드카를 늦도록 마셨는데, 모기박멸 수도사 이야기를 아마 했었지. 수도원의 술 창고를 지키던 수도사가 있었는데, 항상 고주망태로 취해 코가 빨갛던 사람. 모기들이 그 수도사를 물고 피를 쭉쭉 빨다간 땅으로 곤두박질을 쳤대. 혈관에 피 대신 포도주와 보드카만 흐르기 때문. 누가 몰래 술 창고를 털어서 술을 마셔도 무사한 게 쩔고 쩐 술냄새가 항상 그 수도사에게 진동했기 때문이었지. 세상엔 누구 빼고 주정뱅이도 한 명쯤 필요해.

백두산 자락만 해도 밤엔 서늘할 거야. 통일되면 여름 피서는 걱정도 없을 텐데 말이지. 손에 가득 채운 보드카 칵테일 잔을 하나 들고서, 윗옷을 홀라당 벗고 반바지 팬티 바람으로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나른한 행복’을 가리켜 핀란드에선 ‘칼사리캔니’라 한다지. 칼사리캔니를 하고 있으면 더위팔기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되겠지.

어떤 몽니의 속옷 차림 감옥 기행을 떠올려보는 얘긴 아니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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