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의회가 애초 계획된 올해 공무국외연수를 전격 취소하고 해당 예산을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재정에 활용하기로 했다. 익산시의회 제공
전북 기초의회가 올해 예정된 해외연수를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 지방의회 국외연수 예산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된 영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익산시의회는 지난 11일 공무국외연수를 전면 취소하고 예산 1억여원을 지역경제 회복 재원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의원 1인당 400만원, 총 25명분 연수비 전액이 대상이다. 시의회는 “경기 침체와 소상공인·자영업자 어려움, 시민 생활고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과 두 달 전 강원 속초에서 2000만원을 들여 국내 연수를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경진 의장은 “지금은 시민 삶에 실질적 도움이 필요한 시기”라며 “시의회가 먼저 솔선수범하겠다”고 밝혔다. 반납 예산은 소상공인 긴급 지원, 골목상권 활성화,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에 쓰일 예정이다. 그러나 의회 안팎에서는 “경찰 수사 압박이 취소 결정의 진짜 배경”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시민사회도 “수사 부담을 피하려는 일시적 조치”라고 지적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방의회 국외 출장 예산 부정 집행 의혹과 관련해 전국 87개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고 236개 지방의회에 감사를 요청했다. 전북에서는 도의회와 전주시·군산시·익산시·정읍시·남원시·김제시·고창군·순창군·임실군·진안군의회 등 11곳이 수사 대상이다. 부안군·장수군의회는 감사 의뢰 대상이다.
군산시의회도 13일 하반기 예정된 공무국외연수를 취소했다. 상임위별 해외연수를 계획했으나 경기 침체와 재정 부담, 시급한 현안을 이유로 철회했다. 김우민 의장은 “시민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반납 예산은 취약계층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시민 안전·생활환경 개선 등에 배정될 예정이다.
전주시의회는 최근 산불 상황 연수 참여, 노인회 전주시지회장 선거 개입, 소상공인 지원 예산 몰아주기 의혹 등으로 시의원 9명을 윤리특별위원회에 넘겼다.
지방의회 해외연수는 ‘입법·행정 사례 학습’을 명분으로 하지만 관광지 중심 일정, 형식적 보고서, 반복 코스, 과다 단가 등으로 논란이 이어져 왔다. 예산 편성·심사·집행·평가 전 과정의 내부 통제가 느슨하고, 사전·사후 공개도 제한적이어서 시민 감시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연수 사전 공개 의무화와 외부 심사위원회 도입, 표준화된 성과 보고서 제출 등이 필요하다”며 “구체적 제도 개선 없이는 ‘혈세 외유’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