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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피해자 2·3세들

입력 2025.08.14 18:20

수정 2025.08.14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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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80년 전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 2세대 피해자들을 위해 온 삶을 바친 고 김형률씨의 말이다. 자신의 잦은 병치레가 전쟁과 핵의 야만 때문임을 알게 된 그는 2002년 3월 “원폭 피해 2세”임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원폭 피해자들의 고통이 ‘전쟁’이라며, 전쟁 같은 삶을 끝내겠다던 김씨의 호소는 원폭 2세 환우회 결성과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 제정의 불씨가 됐다.

피부병, 심장질환, 관절괴사 같은 몸의 통증에 유전병, 사회적 편견, 무관심까지 더해진 정신적 고통은 대를 이어가는 ‘원폭의 저주’였다. 장애를 갖게 된 자식을 보며 막연히 “나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어디서도 딱 부러지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병마와 싸우는 자식을 눈물로 지켜볼 수밖에 없던 부모들은 평생을 원폭 피해 1세대라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했다.

한정순 환우회장은 14일 “1300명의 원폭 피해 2·3세들이 유전자 검사·수술비 등 관련 지원을 받아본 적 없다”고 했다. 이런 참담한 상황은 2017년부터 시행 중인 특별법에서도 확인된다. 현행법은 1세대 피해자들만 피해 대상으로 볼 뿐 2·3세대들은 ‘원폭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법적 근거가 없으니 예산 확보도, 정부 차원의 충분한 피해자 실태 조사도 이뤄질 리 없다. 지난해 여야 일부 의원들이 피해자 범위를 2·3세까지 넓히고 의료 지원을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입법 우선순위에 밀려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일본 정부 역시 2002년부터 자국 외 피해자들에게도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방사능 피해·질병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폭 2·3세들은 단 한 번도 돌보지 않았다. 유일한 ‘피폭국’이라는 변명 뒤에 숨어 원폭 피해에 대해 공식 사죄 한마디 없는 무책임한 태도의 연장이다.

피폭 2·3세들이 한·일 양국에서 외면받는 현실은 원폭 피해가 과거사가 아닌 바로 지금, 그리고 미래의 문제임을 일깨운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기막힌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원폭 피해 80년째인 올해 “원폭의 상흔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한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이 피폭 대물림을 끊는 우리 모두의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히로시마 원폭 80주년 조선인 희생자 추모행동’  회원들이 지난 6일 서울 종로 옛 일본대사관 근처에서 희생자 추도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히로시마 원폭 80주년 조선인 희생자 추모행동’ 회원들이 지난 6일 서울 종로 옛 일본대사관 근처에서 희생자 추도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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