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향후 5년을 좌우할 국정과제가 발표됐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했다. 5대 국정목표하에 123개 국정과제, 564개 실천과제로 구성돼 있다. 향후 5년 동안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210조원의 재원이 투여된다. 국정과제가 차질 없이 이행되기 위해서는 총 951건의 법률 제·개정이 필요하니 국회 역할도 중요하다.
새 정부 국정과제 중 노동정책은 6대 분야, 28개 실천과제로 담겨 있다. ‘생명안전이 우선되는 사회’ ‘누구나 존중받는 일터’ ‘내 삶에 기회를 여는 성평등’ 등의 방향이 녹아 있다. 노동 분야 국정과제는 노동 존중 실현과 일할 기회 보장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무엇보다 정규직 임금노동자만이 아니라 특수고용직·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까지 포괄한다. 다시 말하면 모든 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정책 적용 범위가 전면 확대된다.
노동기본권 또한 개별적인 제도 개선이 아닌 권리 보장에 초점을 두어 노사관계 구조적 개선도 추진한다. 특히 중앙이 지원하고 지역 재량권을 강화하는 일자리 정책의 혁신도 모색한다. 아울러 인구·기후·디지털 변화 등 당면한 대응과제도 포함됐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와 ‘모든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 등은 노동자 권익 보호의 최소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임금 체불, 산재 사망사고, 노동시간 단축에는 구체적 목표치와 입법 일정이 제시돼 있어 정책 실현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과로와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주 4.5일제와 연차휴가 확대 및 야간노동 개선도 핵심과제로 제시돼 있다. 감정노동, 괴롭힘, 실습학생 노동문제도 포함돼 있다. 그 밖에도 전 국민 산재·고용보험과 육아수당, 아프면 쉴 권리 보장과 같은 사회안전망의 확장은 사회적 위기에 처한 일하는 시민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청년을 시작으로 생애 첫 자발적 이직자들의 실업급여 지급 또한 고용안전망의 진전이다. 저임금과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5인 미만 사업장과 초단시간 노동에 대한 법률 적용은 기본적인 삶을 보장할 것이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원·하청 산업안전보건체계와 생명안전 업무의 직접고용 원칙화 등은 현 정부 임기 내 반드시 완성해야 할 과제다.
눈여겨볼 것은 근로감독 업무의 일부 지자체 위임과 생애주기 전반의 노동교육 추진이다. 지난 수십년간 근로계약 체결부터 임금명세서 지급, 근로시간 기록 등 기본적인 사용자 의무마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현실을 개혁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매년 5월1일을 ‘근로자의날’로 지칭했던 것을 이제는 노동절로 개정한다고 하니 그 의미는 적지 않다. 특히 노조 조직률이 13% 남짓에 불과한 현실에서 노조법 2·3조, 초기업교섭 활성화는 가장 필요한 정책이다.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확대 및 정부 위원회 노동자 참여 확대 등 일터 민주주의도 빠뜨리지 않고 포함돼 있다. 앞으로 847만명의 제도 밖 노동자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게 될 것이다. 약 350만명의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와 180만명의 초단시간 노동자들이 동등한 기본권을 부여받는다.
국정과제 대부분 입법과 재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안을 풀기 위한 사회적 대화 모델도 재구성해야 한다. 정책의 지속성과 실효성을 위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과 이행 위원회를 꾸리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아마도 관료 조직과 자본 그리고 보수 언론의 저항이 예상되지만 변화에 주저하면 안 된다. 자본의 유연화 전략과 파편화된 고용구조로 인해 노동시장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기에 국정과제 첫머리에 제시된 ‘진짜 대한민국을 위한 헌법 개정’에 32조(근로의 권리)와 33조(노동3권)도 같이 논의할 시점이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