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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세’는 세금이다

입력 2025.08.17 20:15

수정 2025.08.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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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역을 맛깔스럽게 소화해 유명해졌다” “연기 변신에 성공하며 유명세를 얻었다”… 어떤 배우가 멋진 연기를 선보이며 사람들에게 ‘얼굴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유명해졌다거나, 유명세를 얻었다고 한다. 둘 다 비슷하게 좋은 의미를 담은 듯하지만 사실 큰 차이가 난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유명세’란 단어다. ‘유명+세’로 이루어져 있어 ‘유명’의 확장판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뒤에 붙은 ‘세’가 문제다. ‘기세’나 ‘세력’에 쓰이는 ‘권세 세(勢)’가 아니라 ‘세금 세(稅)’이기 때문이다. 유명해지는 바람에 세금을 내게 됐다는 말이다.

세금, 주로 ‘부담’이 붙어 다닐 만큼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단어이다. 세금 납부의 의무라는 강제성 때문인지 언제나 예민한 문제이자 논쟁의 대상이 된다. 그런 세금이 뜻에 붙어버린 ‘유명세’이니 달갑지 않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오르거나 뜬소문이 돌기도 하고, 온라인상에서 ‘악플’에 시달리는 것도 그 예가 되겠다. 불편이나 나쁜 경험을 의미하기에 ‘떨치다’ ‘얻다’ ‘날리다’ 등이 아니라 ‘치르다’ ‘따르다’ ‘시달리다’ 등과 어울린다. ‘유명세’ 대신에 ‘명성’이나 ‘이름’을 넣으면 본래 의도한 좋은 뜻이 된다. 가끔 ‘유명세를 좇았다’라는 표현을 보기도 하는데 유명세는 꿈이나 희망 같은 것이 아니므로 따라가면 큰일 난다.

한편 ‘세금 세’가 잘못 붙은 단어들이 한때 있었다. ‘전기세’ ‘수도세’ ‘가스세’ 등 생활을 하면서 부담하는 공공요금을 의미하는 말이다. 예전에는 ‘물건이나 서비스 따위를 이용하는 대가로 내는 돈’이란 뜻의 ‘요금’을 붙여 ‘전기요금(전기료)’ 등으로 써야 했다. 그런데 “전기세가 나왔다” “수도세를 냈다” 등이 입말로 사용되다 보니 전기나 수도 등을 사용하고 내는 요금을 ‘세금처럼 여겨’ 이르는 말로 표준어 자리를 차지했다.

‘유명’과 ‘유명세’처럼 한 끗 차이로 의미가 크게 달라지는 말들은 조심스럽다.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뜻이 전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쓰려는 이 단어, 혹시나 뜻을 잘못 알고 있지는 않은지 국어사전을 다시 한번 찾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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