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AI 모델 개발 정예팀에 선정된 업스테이지 컨소시엄의 권순일 업스테이지 사업총괄 부사장이 AI 전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업스테이지 제공
“저희가 최후의 두 팀에 들 가능성요? 99%라고 봅니다.”
지난 4일 정부가 선정한 ‘국가대표 인공지능(AI)’ 개발 정예팀 가운데 업스테이지 컨소시엄은 유일한 스타트업 팀이다. “목숨 걸고 AI를 하는 사람들”로 채워진 이 컨소시엄은 본선 진출이 확정된 뒤 “이제 달리기만 하면 된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공유사무실에서 권순일 업스테이지 사업총괄 부사장(38)을 만났다.
“저희가 거대언어모델(LLM)을 꾸준히 만들어왔고, 국제적 성과도 낸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국제적 성과를 내왔다는 자평은 과장이 아니다. 업스테이지는 스타트업임에도 웬만한 대기업을 뛰어넘는 AI 기술 역량을 지녔다. 자체 개발한 LLM ‘솔라 프로2’는 지난달 19일 세계적인 AI 성능 분석 기관인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지능지수’에서 12위를 차지했다. 오픈AI GPT-4.1, 딥시크 V3, 메타 라마4 매버릭을 제친 결과다. 상위 20위 중 한국 모델은 ‘솔라 프로2’가 유일했다.
실력만큼이나 스타트업 팀이란 점도 본선행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효율적으로 할당·관리하는 ‘래블업’, AI 경량화·최적화 기술에 특화된 ‘노타 AI’, AI 기반 번역 플랫폼 ‘플리토’ 등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모두 스타트업들이다. ‘뷰노’(의료), ‘마키나락스’(제조·국방), ‘로앤컴퍼니’(법률), ‘오케스트로’(공공) 등 산업별 AI 스타트업들과도 손잡았다.
권 부사장은 “스타트업 하는 분들이 국내 AI 생태계를 잘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 스타트업으로만 컨소시엄을 꾸렸다”면서 “이 점이 국내 생태계 기여 측면에서 (정부 심사 때) 크게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적 AI 모델’ 상을 묻는 질문엔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을 넘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한국 문화까지 반영된 모델”이란 답변을 내놨다. 나아가 국제적 경쟁력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어 잘하는 모델을 만들어 ‘우리끼리 쓰자’는 갈라파고스 방식으로는 기술주권 확보가 잘 안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기술 경쟁에 참여하는 정도까지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요.” 업스테이지 컨소시엄이 이번 경연에서 개발할 모델 ‘솔라WBL’의 최종 성능 목표는 글로벌 최상급 모델의 100%(영어 기준)~105%(한국어 기준)이다.
AI 성능을 좌우하는 요소로 흔히 GPU 규모, 매개변수 규모, 데이터 학습량을 꼽는다. 자본이 클수록 유리한 ‘전장’에서 업스테이지는 작지만 강력한 모델을 만들어왔다. GPU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면서, 적은 매개변수로도 목표한 바를 달성해내는 모델을 만드는 기술이 이들의 무기다. AI 학습용 데이터 ‘전처리 기술’ 또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 부사장은 “AI 모델 성능이 자본에 비례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꼭 정비례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의 AI 생태계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앞으로 3년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GPT 모먼트(2022년 챗GPT 등장) 이후 지난 3년간 ‘패스트 팔로어’ 기업들이 대략 정리됐습니다. 다시 그만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승부를 봐야 하지 않을까요.”
“돈으로 움직이지 않는” 스타트업 종사자들을 가슴 뛰게 하는 건 ‘재미’다. 잠을 못 자며 제안서를 준비했지만 다들 신나게 임했다고 한다. 권 부사장은 “창업하고 첫 제품을 개발할 때의 분위기가 업스테이지에 다시 흐르고 있다”고 전했다.
업스테이지가 “LLM이 뭔지 다들 경험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카카오톡을 통해 선보인 서비스가 있다. ‘애스컵’(Askup) 챗봇이다. 애스컵에 업스테이지 컨소시엄이 최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물어봤다. “50% 이상”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99% 중 나머지 49%는 ‘혁신가’들의 열정이 채울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