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알래스카||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쪽 끝에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가 있다.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7% 크기인 두 곳을 묶어 ‘돈바스’라 부른다. 돈바스는 석탄과 철광석이 풍부해 철강·기계·화학 산업이 발달했다. 소련의 근대화를 주도한 상징적 공업지대이다.
소련은 1930년대 중공업 드라이브를 걸며 러시아계 주민들을 돈바스에 대거 이주시켰다. 소련 붕괴 직전인 1989년 당시 조사에서 돈바스 인구의 45%가 러시아계였다. 우크라이나가 소련에서 독립한 후 돈바스는 이미 중공업이 쇠락했고 우크라이나 정부도 이곳을 홀대했다. 러시아계 주민들의 불만이 커졌다.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름반도를 합병하자 돈바스 친러 주민들은 분리 독립을 요구했다. 그해 4월 친러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간 내전인 ‘돈바스 전쟁’이 시작됐다. 이듬해 독일과 프랑스 중재로 ‘민스크 협정’을 체결해 휴전과 자치를 보장했지만, 전쟁은 8년간 이어졌다. 그러다 2022년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돈바스는 두 나라의 격전장이 됐다. 현재 러시아는 루한스크 전역을, 도네츠크 지역의 75%를 장악하고 있다.
돈바스 영유권 문제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미래를 좌우하게 됐다. 지난 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포기’를 전제로 종전을 제안했고, 트럼프가 사실상 이 제안을 수용했다. 트럼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미국의 안전 보장 제공을 거론하며 영토 양보를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젤렌스키는 그동안 영토를 절대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영토 팽창을 꿈꾸는 푸틴이 돈바스를 차지하고, 크름반도로 이어지는 육로를 확보하려 한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3년6개월에 이르는 러·우 전쟁으로 이미 피폐해졌다. 미국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전쟁을 수행할 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젤렌스키가 트럼프의 제안을 숙고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사회가 러·우 전쟁이 하루라도 빨리 끝나길 기대하지만, 침략국이 제재는커녕 전리품을 챙기는 일이 또 일어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