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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묵객의 숨결 스민 소나무

입력 2025.08.18 19:53

수정 2025.08.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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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목현리 반송

함양 목현리 반송

물러갈 듯했던 무더위가 다시 기승이다. 개울가에서 동무들과 어울려 천렵하던 개구쟁이 시절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큰 나무가 있다. 경남 함양군 휴천면 목현리 개울가의 반송이다. 부챗살처럼 갈라져 솟아오른 줄기가 아홉 개로 나뉘어서 ‘구송(九松)’이라고 부르는 ‘함양 목현리 반송’이다.

이 나무는 나무 높이 15m, 나뭇가지가 펼쳐나간 폭은 사방으로 15m 정도 되며, 나무 나이는 300년 정도로 짐작된다. 여느 소나무에 비하면 큰 나무라 할 수 없어도 반송 중에서는 큰 편인 데다 나뭇가지 펼침이 더없이 아름답다.

나무를 심은 사람이 정확히 전해진다는 점에서도 남다른 나무다. 조선 시대에 훈장을 지내던 정대영(鄭大永·1838~1903)이 이 나무를 심은 선조다. 그의 후손들은 150년 전쯤 정대영이 어디에선가 이 반송을 구해 옮겨 심었다고 한다. 그때 정대영은 나무가 서 있는 개울 풍경을 흡족해하며 이 자리를 ‘구송대’ 또는 ‘구송정’이라 부르며 시인 묵객을 모아 시회(詩會)를 열었다고 한다.

정대영이 세상을 떠난 뒤, 그의 후손과 제자들은 ‘구송계’라는 모임을 만들어 해마다 한 번씩 나무 앞에서 스승의 가르침을 기려왔다. 계원들은 먼저 선조의 뜻을 기리는 글을 낭독하고, 그날에 맞춤한 시제를 정해 시문을 지은 뒤 차례대로 나무 그늘에 들어서서 낭독했다고 한다. 일종의 ‘백일장’이었다.

한때 100명에 가까운 인원이 모이기도 했다는 이 전통은 계속 이어져, 해마다 음력 사월 엿샛날 나무 앞에서 이 모임을 이어간다고 한다. 최근에는 나무 주변을 정비하고 작은 정자도 세우며 ‘구송대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깔끔하게 단장했다.

함양 목현리 반송은 오랜 세월 동안 마을 사람살이의 중심에서 마을 선조와 후학들의 교류, 그리고 후손들이 이어가는 아름다운 전통의 상징이 됐다.

나무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사람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는 살아 있는 증거임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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