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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인가, 중대재해인가

입력 2025.08.18 19:57

수정 2025.08.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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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5일 밤, 쿠팡이츠 라이더 김용진이 버스에 치여 사망했다. 김용진이 쓰러진 도로 위에는 흰색 스프레이로 그린 사람 모양이 남았다. 7월31일 서울 반포의 도로에도 같은 그림이 그려졌다. 죽은 동료의 흔적 위로 언제 쓰러질지 모를 오토바이 두 바퀴가 아슬아슬하게 지나간다. 김용진은 신호를 준수하며 일하는 라이더였다. 라이더의 사고는 교통법규를 준수해도 막을 수 없는 불의의 사고일까?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는 재해조사를 진행한다. 사고 원인을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다. 그러나 ‘사업장 외 교통사고’나 ‘명백한 사업주의 법 위반이 아닌 사고’는 재해조사에서 제외한다. 라이더의 중대재해 역시 배달플랫폼이 도로를 통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재해조사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배달플랫폼의 사업장은 도로만 있는 게 아니다. 노동부가 조사해야 할 배달 공장은 앱이다.

쿠팡이츠는 2주 동안 인공지능(AI)이 배정해준 배달 400건 이상을 수행하는 라이더에게 ‘골드플러스’라는 등급을 부여하고 30%의 보너스를 준다. 김용진은 등급 달성을 위해 하루 12시간씩 주 6일 일했다. 그가 사망한 8월5일은 400건을 채워야 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30%의 보너스를 포기해야 했을까? 쿠팡이츠의 기본배달료는 2200원이다. 높은 등급을 달성하지 못하면 최저임금도 벌지 못한다. 가족을 부양했던 김용진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과로밖에 없었다. 법적 한계도 있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적용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나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 배달플랫폼이 지켜야 할 산업안전 의무는 라이더의 면허와 헬멧 확인, 온라인 교육뿐이다.

책임을 물을 근거가 없지는 않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라이더와 같은 노무 제공자를 보호 대상에 포함했다. 특히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제673조 ②항은 배달플랫폼이 산업재해를 유발할 수 있을 정도로 배달 시간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물론 쿠팡과 배민은 노동자에게 10분 내로 배달하라고 하지 않는다. 등급을 달성하지 못하면 받을 수 있는 배달료를 낮게 책정해 자발적으로 난폭운전과 장시간 노동을 유도할 뿐이다. 배달료가 5000원이면 1시간에 3건만 해도 최저임금 정도의 소득을 얻을 수 있지만, 2500원이면 1시간에 6건은 해야 한다. 사실상 10분 내로 배달하라는 명령이다. 게다가 배달 개수를 채우기 위해서는 AI가 낮은 운임으로 배달하라고 명령해도 수용해야 한다. 배달플랫폼은 운임을 삭감하고 라이더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등급제를 활용하지만, 등급제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16명.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한 올해 죽은 라이더의 숫자다. 산재 처리를 하지 않은 사고까지 고려하면 정확히 몇명이 배달하다 죽었는지 알 수조차 없다. 그럼에도 배달플랫폼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적용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대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산재 1위 배민, 2위 쿠팡이츠를 만든 건 정부와 국회의 방치다. 김용진의 동료들인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 분향소를 차렸다. 얼굴 없는 16명의 영정이 반대편에 있는 대통령에게 묻는다. 우리의 죽음은 교통사고인가, 중대재해인가?

박정훈 |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부위원장

박정훈 |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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