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특검으로부터 내란 주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위증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19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구속 기소했다. 불법계엄 관련 국무위원 기소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특검이 이 전 장관까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면서 남은 국무위원을 향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오후 5시16분 이 전 장관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위증 혐의로 공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행안부 장관은 정부조직법상 경찰청과 소방청을 소속기관으로 두고 소속 공무원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으며, 특히 안전 및 재난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책무를 지닌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을 우두머리로 하는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에 가담하고, 권한을 남용해 소방청장에게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하는 등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내란중요임무에 종사했다”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이어 “대통령의 탄핵심판 절차에서 진실을 알고자 하는 국민의 여망을 무시하고 자신과 공범들의 범죄를 은폐하고자 위증을 했다”고도 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지난해 12월3일 선포된 불법계엄을 인지한 시점, 계엄 선포 전 참여한 국무회의 심의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 지시를 받고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소방청에 하달해 불법계엄에 적극 가담했고, 이 과정에서 권한을 남용해 소방청 관계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특검은 계엄 당일 국무회의가 열린 대통령실 대접견실의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보해 이 전 장관의 행위 등을 파악했다고도 밝혔다. 박 특검보는 “그런 부분을 내란중요임무종사죄 범죄사실에 포섭해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2월1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언론사 단전·단수 내용이 적힌 쪽지를 대통령실에서 멀리서 봤다”고 증언했지만, CCTV 영상에는 그가 국무회의가 열린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한덕수 전 총리와 문건을 보고 함께 대화하는 장면이 담겼다고 한다.
특검은 다만 계엄이 해제된 지난해 12월4일 이 전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법률가 출신 인사들이 모여 계엄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는 ‘안가 회동’ 의혹,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단전·단수 의혹 등은 공소사실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검은 지난 1일 이 전 장관을 구속한 뒤 소방·경찰 고위 간부 등을 불러 조사하며 혐의 다지기에 주력해왔다. 지난 18일에는 이 전 장관을 소환해 막판 조사를 마쳤다. 이 전 장관은 그동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구속적부심 등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특검은 다른 국무위원들의 계엄 관여 정황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재소환해 조사했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대통령의 제1 보좌기관이자 국무회의 부의장인 국무총리로서 법률·헌법상 책무를 다하지 못한 채, 불법 계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무회의를 건의하는 등 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본다. 특검은 이날 조사를 마친 뒤 한 전 총리를 재차 소환할지,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