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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악마화를 경계한다

입력 2025.08.20 20:46

수정 2025.08.20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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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술자리 대화는 김건희로 시작해 김건희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사면이나 “악수는 사람과 한다”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발언 같은 정치 얘기는 가족 간에도 부담스럽지만, 김건희는 초면인 상대와도 나눌 수 있는 일상 화제가 됐다. 특히 서희건설에서 6000만원대 명품 목걸이를 받은 뒤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거짓말하고 짝퉁을 구해 사돈집에 숨겨둔 것은 추리소설에나 있을 법한 얘기다. 김건희의 명품 사랑은 결국 화를 불렀다. 목걸이는 애초 건진법사 게이트의 곁가지였는데 김건희 구속의 ‘스모킹 건’으로 작용했다.

명품을 좋아하는 것과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완전 별개다. 김건희 덕에 장삼이사도 각종 명품 장신구와 시계 브랜드를 줄줄 꿰게 됐는데 이것이 권력형 비리인 김건희 사태의 본질을 흐릴까 걱정된다. 김건희가 밉상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지만 ‘김건희 악마화’는 경계해야 한다. 김건희의 기질이나 허영, 욕심이 국정농단의 발단이긴 해도 중요 변수나 근본 원인은 아니다.

역사학자 E 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특정 개인의 유죄를 열렬히 주장하는 행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다른 많은 공범의 악행이 가려지고, 범죄를 잉태하고 양산한 사회에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히틀러 한 명에게 유대인 학살의 책임을 씌우는 게 온당하냐고 카는 묻는다. 마찬가지로 집사·법사 게이트와 각종 이권 개입 등 윤석열 정권하에서 벌어진 김건희의 비행을 한 사람 탓으로 돌려서는 곤란하다.

김건희 사건은 장르도 다양하고 등장인물도 여럿이다. 비위가 처음 드러난 디올백 수수 사건은 “조그만 파우치”라며 KBS 사장이 된 박장범의 말마따나 새 발의 피였다. 집사 김예성이 구속됐지만 아직까지 관련 게이트의 전모는 베일에 싸여 있다. 망해가는 회사에 기업들이 앞다퉈 184억원이나 투자한 것은 최순실이 박근혜에게 기대어 대기업들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긴 것과 닮은꼴이다. 통일교 청탁 등 건진법사 게이트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자신의 맏사위인 박성근 변호사(전직 검사) 인사 청탁과 함께 김건희에게 고가의 장신구를 전달했다고 자수하면서 대통령 부부의 매관매직 의혹으로 사건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여기에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 대통령실·관저 이전 관련 의혹 등까지 합쳐 ‘김건희 비리’로 통칭하지만, 실은 ‘김건희·윤석열 비리’라고 불러야 옳다. 윤석열의 공모와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도 김건희의 공범이다. 윤상현·김영선·권성동 등 공천 개입 의혹과 법사 게이트에 얽힌 상당수 인사가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이다.

김건희 일가 349억원 통장 잔액 증명 등을 위조한 집사 김예성이 사노비라면 한덕수와 원희룡은 김건희의 공노비를 자처했다. 국무총리였던 한덕수는 12·3 불법 비상계엄 선포에 가담하고, 탄핵당한 윤석열 대신 권한대행을 하면서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김건희를 감싸고 보호했다. 자신의 핵심 참모인 비서실장에 일면식도 없는 서희건설 회장 사위를 앉힌 이도 한덕수다. 몸을 납작 엎드리고 칩거 중인 전직 국토부 장관 원희룡은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원희룡 지시 없이 국토부가 용역업체를 통해 원안 변경을 추진했을지 의문이다. 원희룡이 참석한 우크라이나 포럼은 삼부토건 주가 조작의 재료로 사용됐다.

이변과 특혜, 우연이 반복되면 거기엔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 김건희를 향한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적으로 김건희 비리의 전체 구조를 봐야 한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김건희 앞에서 모든 사정기관이 지난 3년 비틀리고 휘었다. 검찰은 김건희 일당이 흘리고 다니는 범죄 증거를 은폐하기 바빴다. 법원조차 인정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을 외면하고, 건진법사 자택에서 압수한 한국은행 돈다발 띠지를 폐기했다. 감사원은 능력과 자격이 안 되는 김건희 후원 업체가 대통령 관저 시공업체로 선정됐는데도 특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제재할 법적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김건희의 디올백 수수에 윤석열까지 면죄부를 줬다.

김건희 악마화는 한덕수와 원희룡, 뇌물을 갖다 바친 기업인 등이 간절하게 바라는 일이다. 민중기 특검은 김건희의 모든 의혹을 규명하고, 검찰과 감사원·권익위까지 수사해 관련자를 모두 엄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제3의 김건희는 언제든 또 나온다.

오창민 논설위원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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