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전 국정원장. 박민규 선임기자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조태용 전 국정원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인 불법계엄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아 국정원장의 책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본다.
2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들어갔다. 국정원법 제15조는 ‘국정원장은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체 없이 대통령 및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정한다. 특검팀은 불법계엄이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본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해 12월3일 계엄 선포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이를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게 국정원장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한다. 앞서 조 전 원장은 경찰 조사에서 “비상계엄에 대해 최초로 인지한 건 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3일 오후 8시50분쯤 대통령실 집무실에 도착했을 때”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특검팀은 조 전 원장에게 위증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불법계엄 사태 이후인 지난해 12월5일 조 전 원장으로부터 대통령의 경질 지시를 전달받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가 다음날 조 원장이 ‘예전처럼 일하자’며 사직서를 반려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원장은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홍 전 차장 교체를 건의했고 홍 전 차장의 사직서를 반려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이 홍 전 차장 경질을 지시했다고 보고 조 전 원장 증언이 허위라고 의심한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홍 전 차장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이 국군방첩사령부와 협조해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증언한 것도 허위라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CC(폐쇄)회로 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조 전 원장이 지난해 12월3일 대통령 집무실을 나올 때 챙긴 문건에 ‘정치인 체포 협조’ 등 국정원이 해야 할 임무가 적혔을 것으로 의심한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계엄 직후 대통령경호처에 저장돼 있던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처장의 비화폰 통화 기록이 원격으로 삭제되는 데 관여한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조 전 원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홍 전 차장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등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특검팀은 압수물 분석과 참고인 조사를 통해 조 전 원장 혐의를 다진 뒤 조만간 그를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